세월호 유가족들의 압화 작품 전시회 <너희를 담은 시간>이 지난 18일부터 속초 청호동 아트플랫폼 갯배에서 진행 중이다. 이 전시는 속초시민노동단체연대, 속초여성인권센터, 정의당 속초·고성·양양위원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전시가 시작된 18일 저녁에는 오프닝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시민노동단체 관계자와 시민들이 참석했고 아트플랫폼 갯배의 2층 공간이 꽉 찰 정도로 많이 이들이 모였다.
오프닝 행사에서는 속초시립풍물단 주동진 단원의 퉁소 공연 후 희생자 가족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희생자 가족들은 이번 전시와 세월호 사건, 그리고 진상 규명 등에 관해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세월호 가족들의 압화 작품 제작은 참사가 일어난 2014년 여름부터 시작됐다. 압화 전문가인 이지연 작가가 당시 농성 중이던 희생자 유족들을 찾아가서 작업을 제안했고 그렇게 시작된 작업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압화(押花) 작품은 꽃이나 잎을 납작하게 눌러서 이를 재료로 하여 만든 작품을 일컫는데 유족들은 처음에 꽃을 바라보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큰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꽃이 더 아프게 다가갔던 것이다. 그러나 유족들이 함께 모여 작업을 하면서 서서히 변화가 일어났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대부분 가족들의 편지를 꽃으로 꾸민 것이며 이 외에 공동 작업으로 만든 압화 작품도 몇 점 전시하고 있다. 편지는 가족들이 직접 손으로 쓴 것도 있고 한겨레신문에 기사로 났던 편지를 오려 붙인 것도 있다. 작품 속의 꽃들은 살아 있는 것처럼 아름답다.
작품의 재료와 콘셉트는 아이들의 특성에 맞췄다. 축구를 좋아하던 아이를 위한 작품에는 꽃잎들이 축구공이 돼 있다. 피아노를 잘 치던 아이를 위해서는 꽃으로 된 피아노가 편지 옆에 놓여 있다. 과일을 좋아하던 아이를 위해서는 말린 과일이 재료로 사용됐다. 그리고 아이가 직접 그렸던 그림을 반영해 만든 작품도 있다.
동물학자, 야구선수, 큐레이터, 바리스타, 경찰관, 소설가…… 편지에는 아이들의 꿈들이 적혀 있다. 그러나 그 꿈들은 이제 이 땅에서 영영 불가능한 것이 돼버렸다. 그리고 편지의 문구가 가슴을 찌른다.
“아들, 엄마 꿈속에 한 번만 와줘.”
압화 작업은 죽은 꽃들을 살려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특별하게 다가갈 수밖에 없다. 압화 작업을 통해 아이들을 돌아오게 할 수는 없지만 죽은 꽃을 살려내듯 작품을 하나씩 완성해낸다.
유족들이 직접 참여한 작업의 중심에는 이지연 작가와 ‘꽃마중’이 있다. ‘꽃마중’은 압화 작업을 위한 모임으로 단원고 희생자들의 엄마 다섯 명이 적극적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은 다른 희생자 가족들이 압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꽃마중’ 구성원들과 이지연 작가, 그리고 작품 제작 가족이 매주 금요일이면 만나서 작업을 진행한다.
‘꽃마중’으로 활동 중인 유가족들에게는 함께 모여 하는 작업이 ‘치유’의 시간이 된다.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이 모여서 수다도 떨며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잠깐이나마 고통을 잊을 수 있다. 꽃마중 활동가들은 입을 모아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보다 훨씬 좋다”고 했다.
유가족들의 작품 제작은 과거형이 아니며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120여 명의 아이들에 대한 압화 작업이 있었고 앞으로 남은 130명에 대해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 가족이 있다고 한다. 그날의 사건은 아직도 가족들에게 너무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너희를 담은 시간>의 올해 전시는 속초가 마지막이다. 이번 전시를 놓치면 최소한 내년은 돼야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아트플랫폼 갯배는 선원들을 구하고 배에서 유명을 달리한 유정충 선장의 동상이 보이는 곳이다. 이런 장소에서 <너희를 담은 시간> 전시가 이뤄지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이번 전시가 지역민들에게는 더 각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amil.net
<너희를 담은 시간> 전시가 시작된 18일 저녁 오프닝 행사가 열렸다. 속초시립풍물단 주동진 단원이 퉁소 연주를 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편지 압화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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