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히 준비한 예상질문의 함정
- 하고 싶은 말과 해야만 하는 말
- 면접은 ‘대화’다
- 너무 어려워서 엄두가 안 나거든 ‘묻는 말에만’ 답하라
- 포장은 자기소개서까지만, 면접은 진실되게 임하라. 까불다 다친다.
면접은 대화입니다. 대화에는 흐름이 있습니다. 같은 질문이라도 흐름에 따라 다른 답변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실장활동에 대한 대화 중 동아리 얘기가 나온다면 동아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우선입니다. 학업에 관한 대화 중 동아리 얘기가 나온다면 동아리에서 어떤 공부를 했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이렇듯 대화의 흐름에 동참해야 하는데 면접 질문을 예상해서 암기한 학생들은 자신의 얘기만 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화하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이유는 준비를 철저히 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부디 평가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맥락을 파악하기 바랍니다.
가끔 너무 어려운 질문을 면접에서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생부 또는 자기소개서에 대학 학부생 수준의 글이 올라가 있는 경우 자주 발생합니다. 이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여러분은 고등학생입니다. 그러니, 정말 어려운 질문에 대해서는 묻는 말에만 답하는 것이 좋습니다. 꼬리를 물고 나올 경우 어느 수준까지 답변할지 정해 두어야 합니다. 넘어가는 꼬리 질문에 대해서는 ‘그 부분까지는 아직 공부하지 못했으나 현재 000등의 책을 읽으며 알아가는 중입니다’라는 답변 정도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잊으면 안 됩니다. 자기소개서에 글자수 제한이 있다면 면접에는 시간제한이 있습니다. 그 시간 안에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해야 하며 어설픈 포장은 역효과만 부릅니다.
면접 준비는 서류에 드러나는 수준으로만 하면 충분합니다. 그 이상의 과대포장은 금물입니다. 여러분이 제출한 서류가 마음에 들어 확인하고자 면접에 불렀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당연한 일입니다. 게다가 상대는 전문가입니다. 여러분이 세상을 살아가며 최초로 보는 진짜배기 전문가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까불면 다칩니다.
■답변을 명쾌하게 하지 못하는 이유
해마다 면접 연습을 하다 보면 세 가지 유형의 학생들을 만납니다. 첫 째는 답을 못하는 학생입니다. 두 번째는 곧잘 답변을 하는데 이상한 얘기만 늘어놓거나, 대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어물쩡 넘어가는 학생입니다. 이런 경우의 학생을 가장 많이 만납니다. 마지막으로 확신을 갖고 말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눈빛이 빛나며 손짓 발짓 써가는 등 정말 살아있는 표현에 평가자도 홀딱 넘어가곤 합니다. 당연히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그럼,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답을 못하는 학생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려는 유형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입니다. 두 번째 유형의 학생을 세 번째 유형의 학생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면접 준비의 근간이며, 앞서 쓴 글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이 두 유형의 차이는 세 가지 이유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우선, 질문자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경우라면, 또는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경우라면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라고 물으며 내용을 확인하거나, 발문자가 다시 질문하는 동안 생각할 여유를 갖는 방법을 취하면 됩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이 질문을 마치자마자 속사포처럼 답변을 쏟아냅니다. 자신이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한 채 다급한 마음에 쫓기듯 말을 이어갑니다. 대충 이해했으니 대충 답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그렇게 수렁으로 빠지는 겁니다. 반드시 기억하세요. ‘나는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는가?’를 우선 고민한 후 그렇지 않다면 확인부터, 그렇다면 의도에 맞는 답변을 하는 겁니다. 당연하죠? 앞서 말했듯 면접은 대화이니까요.
두 번째는 fact를 information으로 바꾸지 못한 학생들 또는 fact와 information을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자기소개서 쓸 때도 지겹도록 들었을 겁니다. 배우고 느낀 점. 그 얘기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라는 겁니다. 내가 어느 나라에 여행을 다녀와서 문화인류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시다. 여기까지는 fact입니다. 그리고 이런 fact는 서류에 다 나와 있습니다. information은 여행이 나에게 갖는 의미, 여행에서 한 경험을 왜 문화인류학으로 연결했는지,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면서 나의 여행을 되새김질해 보았는지,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다 보니 새로 관심갖게 된 나라는 없는지 등의 순환에 대한 것입니다. 즉, 개인의 생각과 경험이 갖는 구체성이 핵심입니다. 여기까지만 명심해도 면접 잘 본 학생 그룹에 속합니다.
이 얘기는 왜 지금 하는 걸까요? 면접 예상질문과 답변을 준비할 때 구글링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 얘기는 fact만 있고 information이 없으니 내 얘기가 없다 즉, 가치 있는 답변이 없다는 겁니다. 어떤 답변을 준비해야 하는지 조금씩 알겠나요? 가치 있는 답변이란 점에 주목하여 준비하다 보면 fact를 information으로 당연하게도 전환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모든 답변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어물쩡 넘어가는 학생이 아니라 확신을 갖고 말하는 학생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김세형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