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노학동 이목리 마을에는 배나무골 영농조합법인이 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깨알행복’이라는 대표 브랜드를 만들어 산지 농산물과 가공품을 학교급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타지에서 이목리로 이주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통장 정동호(52, 사진)씨를 만났다.
-타지에서 이주하자마자 통장을 맡았는데, 영농조합법인을 어떻게 만들었나.
“지금 거주하고 있는 터를 30년 전에 구입해 오고가며 마을주민과 인사를 나누었으니 완전 외부인은 아니다. 5년 되었고 통장은 4년째 하고 있다. 우리 마을은 화장장이 있고,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가 있으며, 토착민과 외지인의 비율이 1대1정도 된다. 화장장에 오가는 차량들을 수시로 접하는 어르신들은 표정이 어두웠다. 소통하는 방법을 찾던 중 떠오른 생각이 마을에서 재배한 들깨를 가공해판매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토착주민 11명으로 영농조합법인을 구성했다. 거의 6,70대인데 그중 내가 막내이다. 화장장 옆에 있는 봉안묘 수익금의 일부인 환원금 5천만원으로 방앗간 시설을 했다. 3명씩 2개조로 기름을 짜고 나머지 분들은 배달을 한다. 영농조합법인이 크게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1년에 4번 마을청소를 할 정도로 활기를 찾았다.”
고춧가루 맛 통일해 학교급식 준비
-어떤 농산물을 취급하고 있고, 어디에 팔고 있나.
“들기름, 들깨가루, 고구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주민들이 재배한 들깨를 들기름으로 가공해 속초와 양양의 학교급식으로 모두 소진하고 있다. 앞으로 고춧가루, 고구마도 판매할 계획이다.”
-들기름은 신선도가 중요한데 품질유지를 위한 비법은.
“학교급식에 납품하기 때문에 약간의 실수도 있으면 안 된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특별한 기술이나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들기름을 실온보관하고 있는데 집에서 먹는 기름처럼 정성을 다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에 기름을 짜서 금요일에 배달한다. 주말이 지나고 먹었을 때 제일 맛있다. 착유 후 바로 먹으면 오히려 덜 고소하다. 5일정도 지난 기름이 가장 고소하고 맛있는데 그 원칙을 지키고 있다. 2018년 상반기에 들깨 1.8톤을 소비했다. 마을 주민들이 재배하는 들깨의 양이 부족할 경우 인근 마을의 들깨를 수매한다. 공동 경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재배한 농산물을 모아서 판매한다는 것이 특징이고 장점이다. 고춧가루는 학교 급식용일 경우 맵지 않고 맛이 일정해야 한다. 올해 고춧가루를 취급하지 못한 원인이다. 각자 재배하다 보니 매운맛의 차이가 많이 났다. 내년에는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아 고추 모종을 통일해 맛을 유지하려 한다. 그러면 맛있고 품질 좋은 고춧가루를 학교급식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 가공공장 짓는 게 목표
-가장 어려운 점과 향후 계획은.
“제조·가공업 허가를 받은 후 가장 힘든 부분이 그것을 관리 운영하는 것이다. 기름은 2달에 한 번 강릉원주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자가품질검사를 받는다. 2020년에는 식품 안전관리 기준인 해썹(HACCP)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시설로는 불가능하기에 내년에 가공공장을 짓는 것이 바람이다. 농업기술센터나 속초시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내년에 농사·제조가공·체험을 하는 6차산업 신청을 하려고 한다. 이목리 마을 내에 위치한 연수원과 제휴해 체험학습이 가능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우리 조합원이면 모두 해낼 수 있다. 단합이 잘 된다.”
-메밀국수 음식점을 운영하고, 농사도 짓고, 마을 일까지, 많이 바쁘겠다.
“내 건물에서 장사를 하니 부담이 덜하다. 가게에서 사용하는 고춧가루 등도 직접 농사지은 것을 사용한다. 속초에 적극적으로 농업을 위해 애쓰시는 분이 많아서 배울게 많다. 속초농협 로컬푸드사업단 사무국장 일도 하고 있으며, 올해 농업후계경영인에 선정되었다. 논농사 1,000평, 배추 8천포기, 들깨, 고추, 감자, 고구마 등을 3천평 규모로 재배한다. 농사짓는 일은 아내도 좋아해서 가능했다. 아내가 많이 도와주고 있고, 제일 미안하고 고맙다.” 이은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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