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동원냉동에서 열린 ‘악사의 처방전’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는 지역 주민 70여명이 자리해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술과 음식, 재즈 연주를 함께 즐겼다.
눈비가 섞여 내리는 지난 16일 오후, 속초 동원냉동 내부에 들어서자 보랏빛 네온 조명이 하나둘 들어오는 사람들을 감싸 안았다. 냉동창고로 쓰였던 거대한 공간에 조명과 잔잔한 음악이 더해지니 아늑한 재즈바를 연상케 했다.
이날 정태호 재즈·아코디언 연주자의 책 <악사의 처방전> 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에는 속초·고성·양양지역 주민 70여명이 참석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재즈 공연과 더불어 참석자들은 술과 음식을 곁들여 이야기를 나누며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고성 이자카야 ‘무이’의 이인원 셰프가 음식을 준비해 완성도를 높였으며, 국내 특산품으로 만든 증류주와 전통주, 소주 등을 시음할 수 있도록 준비해 참석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정태호 씨는 탱고·재즈 그룹 ‘라 벤타나’의 리더이자 재즈 및 아코디언 연주자로,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24년 극단 루트의 연극 ‘명파환상곡’, ‘우리동네 시인 이성선’에 참여하며 설악권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극단 루트의 김소진 대표는 “정태호 악사님의 연주야 두말할 필요 없이 훌륭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책이 출판된다고 했을 때 읽어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좋았고, 이 책을 지역 분들에게도 소개하고 연주도 들려드리고 싶어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악사의 처방전>은 정태호 연주자가 오랜 음악 생활을 통해 느껴온 음악과 술, 그리고 삶과 고독에 대한 단상을 담은 에세이다. 그는 자신을 ‘음악가’가 아닌 ‘악사’라고 칭하며, 화려한 무대보다는 음악이 흐르는 작은 공간에서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 책에서는 그가 경험한 다양한 순간들을 조용히 되짚으며, 각 장마다 어울리는 술과 음악을 함께 추천해 마치 약사가 약을 처방하는 것처럼 독자들이 자신만의 순간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날 그는 술과 음악, 그리고 일상 가운데 소소한 행복에 대한 책 속의 이야기들을 관객들과 나누며 함께 웃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미소 짓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는 등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몰입했다. 짧은 토크 후 그는 피아노와 아코디언을 번갈아 연주했고, 함께 무대에 오른 함인규 베이시스트와 최용민 보컬리스트가 깊이 있는 선율을 더했다.
극단 루트 공연에 꾸준히 참여하는 프리랜서 배우 김영주 씨는 “감독님이 술을 좋아하시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하니까 더 재미있었다”며 “아직 책을 읽어보지 않았는데 빨리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소진 대표는 “좋은 처방을 받았다는 분도 계시고, 북콘서트를 다녀온 후에 음악을 대하는 태도나 듣는 귀가 바뀌었다, 술과 음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후기를 받았다. 지역에 재미있는 일을 하나 더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태호 재즈·아코디언 연주자가 책 속의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누고 있다.<사진:정태진 작가 제공>
정태호 연주자는 “너무 많은 분이 와주셔서 놀랍고 감사했다. 지역사회에 좋은 문화 공연을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서주신 극단 루트 여러분들과 무이 대표님, 그리고 멀리까지 달려와 준 음악 동료들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냉동창고로 쓰이던 곳을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계시는 동원냉동 대표님도 멋지시다. 여러 뜻있는 분들이 힘을 모아 지방 소도시에도 풍성한 문화 공연들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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