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초교 뒤 저지대에 사는 한 주민이 폭우에 수시로 집이 침수되자 빗물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현관 입구를 방수벽으로 막았다.
속초시 금호동 대단지 아파트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중앙초등학교 옆 저지대에 사는 주민들이 소음, 침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몇 년전 신설된 도로와 인접한 주택의 주민들은 자동차 소음과 진동 때문에 집에서 쉴 수 없다며 고통을 토로했다. 또 폭우가 내리면 높은 지대에서 흘러내려온 빗물이 지대가 낮은 이곳으로 몰려 집안과 앞마당이 수시로 잠겨 재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했다.
속초시 금호동 622-40번지 일원에 925세대의 대단지 아파트 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사업부지 주변에는 457세대의 이편한세상아파트와 중앙초교, 약 30세대의 단독주택들이 영랑호로 이어지는 신설도로(번영로 97번길)와 연결돼 있다. 이 도로와 일부 단독주택과의 이격거리가 전혀 없다시피 해 해당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극심한 소음 피해를 입고 있다. 더구나 지반이 약해 주말과 공휴일에 외지에서 온 차량과 관광버스들이 지나가면 진동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한다.
도로 바로 옆에 살고 있는 김원구 씨는 “바로 머리맡에 차가 지나가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내 방에선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도로에서 떨어진 거실의 작은 소파에서 잠을 잔다”고 말했다. 시에서는 주택과 도로 사이에 차음벽을 설치했지만, 실질적으로 소음을 차단하지 못하고 사생활 보호 역할만 할 뿐이라고 했다.
김 씨는 또 “폭우가 내릴 때마다 단독주택 사이의 통행로에 빗물이 무릎 높이까지 넘쳐흘러 길가에 주차한 차들이 침수 피해를 입어 일부는 폐차하기도 했다”며 “집에 빗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담과 현관 앞에 방수벽을 설치할 수밖에 없어 집을 드나드는 것도 불편하다”고 하소연했다.
신축아파트를 비롯해 마을 주변에 아파트 단지들과 도로가 신설되기 전에는 이 일대에 과수원이 있어 흙이 빗물을 흡수해 피해가 덜했지만, 주변 지대가 콘크리트화되면서 장마철이면 거리와 집안의 침수 피해가 심각해졌다.
김원구 씨는 “비가 많이 오면 항상 두렵다. 마을 특성상 고령자가 많은데 연일 비가 내려 집안으로 물이 밀려 들어오면 이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생존권까지 위협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아파트 완공 이후 주거환경이 더 나빠지고 교통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신축 아파트단지는 속초관광수산시장과 이어져 평소에도 교통량이 많은 공설운동장 오거리와 인접해 있다. 925세대가 들어서면 아파트 진출입 차량과 중앙초 통학 차량이 뒤엉키고, 휴일에 관광객들의 차량까지 늘어나면 교통 혼잡과 소음과 진동 피해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부지 인근 주민들은 “아파트 신축이 진행되면서 벌써부터 주민들의 피해가 명확한데도 시행사나 시에서 설명회 등의 노력이 전혀 없다”며 “강원도와 시에서는 사업승인 전 심의절차에서 주민들이 입을 피해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승인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정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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