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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역사에서 배우자
등록날짜 [ 2018년09월21일 13시45분 ]
40여년 전 15사단에서 전방부대 지휘관 임무를 무사고로 마치고, 보병학교 고등군사반 입교 준비를 위해 후방근무로 38사단 예하부대 참모장교로 1년간 복무했던 강원도 정선부대를 둘러본 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으로 둘러싸였고 동강과 서강이 가로지르는 산수가 빼어난 고장 영월로 여행을 갔다. 그곳 영월에는 ‘장릉’이 있다. ‘문종’의 아들로 12세 때 왕위에 오른 이씨조선 제6대 임금 ‘단종’의 능이다. 작은아버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청령포’에 유배되었다가 죽임을 당한 어린 군주의 슬픔이 배어있는 곳이다. 권력투쟁의 희생양이 되어 억울한 죽임을 당한 ‘단종’의 시체는 동강변에 버려졌고, 후환이 두려워 아무도 거두는 이가 없었는데 영월의 한 관리가 그 시신을 거두어 지금의 자리에 묘를 쓰고 모셨다고 한다.
뜨거운 여름 햇살에 속절없이 반짝이는 정자각, 단종비각, 홍살문을 지나 울창한 노송 숲에 이르렀다. 모든 소나무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단종’의 능을 향해 일제히 절을 하고 있는 듯 노송들이 모두 굽어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단종’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지 200년이 지난 ‘숙종’때에 이르러 왕위를 회복하고, 초라했던 작은 무덤은 봉분을 높이고 새롭게 단장되어 ‘장릉’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까지도 비운의 어린 왕 ‘단종’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회자하며 억울함을 위로받고 있다.
그렇다면 ‘세조’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린 조카를 제왕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스스로 왕이 된 그는 전제군주로서의 막강한 힘을 얻기 위해 강력한 중앙집권화 정책을 펼치고 호패법(號牌法)과 직전법(職田法)의 실시로 경제부흥과 국방력을 키우기 위해 힘썼다. 또한 경국대전(經國大典)을 비롯해 다양한 편찬사업에 착수하여 아버지 ‘세종’에 이어 조선전기의 르네상스를 이어갔다. 그래서 학자들은 ‘세조’를 아버지 ‘세종임금’과 견주어 봐도 뒤지지 않는 많은 성과를 올린 왕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는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혈육을 제거한 비정한 왕이라는 오명에 가려져, 조선조 500년 역사에서 최고의 왕이라고 추앙받는 ‘세종’과 ‘정조’에 버금가는 업적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그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매우 적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세조’는 기억하지 않고 별다른 업적도 없는 ‘단종’을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 왕이 대신들한테 휘둘려 왕권이 무력화되고 민생을 도탄에 빠뜨릴 위험이 있어, 그것을 막아야겠다고 판단하며 내가하면 잘 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어린 조카를 폐위시키고 왕위를 찬탈한 ‘세조’를, 후세의 사람들은 아무리 정당한 목표가 있었다 하더라도 옳지 않은 수단과 방법을 쓴 것에 대해 단죄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들의 ‘삶의 가치’라는 것도, 살아가다가 마주한 인생의 고락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고락 앞에서 우리가 어떤 결정과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올곧고 상식적인 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는 아주 작은 행동들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무더위와 불경기로 인해 살림살이가 팍팍하다는 요즘, 적자생존의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치열한 경쟁사회라고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몰상식한 파렴치들이 몰염치하게 설쳐대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저질러지는 끔찍한 사건, 사고가 연일 발생하고 있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이 반드시 지켜지기를 고대하며, 우리는 모두 ‘너의 행복은 나의 불행’이라는 비뚤어진 심성들을 고쳐나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스스로 지나간 날들을 겸허한 마음으로 반추(反芻)해 보길 바란다.
최영걸
속초시사회복지협의회 명예회장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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