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국시대(구 통일신라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를 일컫는 3국 시대에는 속초지역에서 시대를 명확히 구분한 유물이 출토된 기록을 찾을 수는 없지만, 양양군 양양읍 포월리 산 59번지에서 출토된 고구려계통의 고분에서 발굴된 ‘금동관 고리’ 7점을 유추해 볼 때 이 지역이 4~6세기 고구려 영토이었을 당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가 있었음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통일신라기 ‘도문면’의 ‘도문(道門)’에 대한 명명설화(命名說話)에 있는데, 원효대사(617~686)와 의상대사(625~702)가 양양군 강현면 강선리에서 신선의 안내를 받아 설악산 쪽으로 가던 중 이곳에 이르자 갑자기 숲 속에서 맑고 우아한 소리가 들리는데, 마치 무상무아의 불법을 아뢰는 듯하여 지팡이를 멈추고 서 있다가 홀연히 크게 도를 깨달아 이때부터 이곳을 도가 통하는 문이 열린 곳이라 해 ‘도문(道門)’이 되었다고 한다. 삼국유사 기록상 원효대사가 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로 유학을 떠난 것이 650년이니, 비록 설화이지만, 도문이라는 지명은 속초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지명이 된다. 그만큼 설악산을 위시한 이 지역이 불교의 중심지였음을 알 수 있다.
신라 진덕여왕 6년(652년), 자장율사(590~658)는 현재의 켄싱턴호텔 자리에 ‘향성사(香城寺)’를 창건하였다. 하지만 신라 효소왕 7년(698)에 모두 불타 버려, 효소왕 10년(701)에 의상대사가 능인암(현재의 내원암) 자리에 절을 다시 짓고 이름을 ‘선정사(禪定寺)’라 하였다. 선정사는 조선 인조 20년(1642)에 또다시 화재가 나서 완전히 소실되는데, 인조 22년(1644)에 영서(靈瑞), 혜원(惠元), 연옥(蓮玉) 등의 스님이 선정사 아래 쪽에 절을 짓기 시작하여 1649년에 완성, 이름을 ‘신흥사(神興寺)’라 하여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현재 한국전쟁 당시 불에 탄 고성 건봉사(乾鳳寺)를 대신해 한국조계종 제3교구 본사이며, 1995년 ‘신흥사(新興寺)’로 고쳤다.
또한 신라 화랑 중 ‘영랑[永郎, 효소왕(孝昭王, 692∼702)때 인물로 추정]’이 우리 지역을 거쳐 금강산수행을 가다가(혹자는 금강산수행 후 돌아오는 길에) 한 호수의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되어 수일간 머물렀던 계기로 ‘영랑호(永郎湖)’라 이름 지어진 영랑호는 각 왕조를 거쳐 안축(고려), 정철(이하 조선), 허목, 송시열, 김창흡, 김시습, 채제공 등 유명 인사를 비롯해 수많은 선비들이 다녀가는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영금정’ 또한 신라 화랑 영랑이 백제신녀(百濟神女) 보덕(寶德)과 함께 가야금을 치면서 노래를 불렀다 하여 ‘영금정(靈琴亭)’이라 불린다는 설이 있다.
화랑 영랑(永郎)의 ‘실존인물설’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진 학자들도 있지만, 경북 울주군에 있는 전천리 암각화(蔚州 川前里書石)에 '영랑성업(永郎成業 과업을 마치다는 의미)'이라는 각자(刻字)를 보아 실존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고려시대
고려시대에는 동명동에서 12~13세기 전후에 여진 등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서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둘레 400여m의 대규모 성터[일명 속초리 성지(束草里 城址)]가 발견되었는데 ‘천경3년(天慶3年, 요나라 연호)’과 ‘관사(官舍)’라는 명문이 새겨진 명문기와를 통해 1113년(고려 예종8년)경에 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천경3년(天慶3年)이 찍힌 명문기와는 양양 ‘둔전사지’와 설악산 ‘권금성 산성’, ‘양양읍성지’에서도 출토되어 당시 이 속초리성지의 축성이 당시 국가주도로 이루어진 대규모 사업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최근 동해안 지역 성곽들에 대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신라시대와 남북국시대(발해, 신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성곽들이 현종 2년(1011년)부터 숙종 2년(1097년)까지 약 80여 년 동안 20여 차례 동여진의 침략이후 육로 또는 해로를 통해 동해안에 침입하는 외적들을 막기 위해 축조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교동 택지개발 시(1984년) 발견된 만천동의 한 고분에서는 14세기 말로 추정되는 청자그릇(청자상감우점문완)과 청동 수저가 출토되었는데, 유물의 수준이 높아 이 고분을 통해 속초 지역에 세력가가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이 유물은 국립춘천박물관에 보관 중인데, 우리 지역의 귀중한 유물이 타 지역 박물관 수장고에서 빛도 보지 못하고 썩혀있는 실정으로 하루 빨리 우리 지역으로 돌아와야 한다.
충선왕 1년(1309)에 제작된 북고성의 ‘삼일포 매향비(三日浦埋香碑)’ 비문에는 ‘미륵의 하생(下生, 불보살이 천상계로부터 인간세계로 태어남)’을 위해 강릉존무사(현 도지사급) 김천호, 양양부사(襄陽副使) 박전 등이 모여 양양 덕산망(德山望, 지금의 외옹치 정상)등에 향나무 200그루를 심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노학동 무당골에는 고려중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노학동 3층 석탑’이 있는데 1층 탑신 4면에 부처가 새겨진 ‘사방불(四方佛)’이 있다. 영동지방의 석탑 중 1층 탑신에 사방불이 조각된 탑은 ‘노학동 3층 석탑’과 함께 양양 ‘진전사지(陳田寺址) 3층석탑’, 강릉시립박물관에 보관 중인 ‘석탑재(石塔材)’뿐이며, 그 희귀성으로 인해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계속>
*본 글은 <속초문화 제33호(2017)>에 실렸으나 지면
관계상 실리지 못한 부분을 추가해 수정 보완했습니다.
정상철
속초문화원 부설
속초시향토사연구소 연구위원
천경3년 명문기와
속초리성지 발굴현장(201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