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앞 바닷가에는 섬이 유일하게 하나 있다. 흔히들 많은 갈매기들이 모여들어서 ‘조도(鳥島)’라고 불려왔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하나 이 섬의 원래이름이 조도가 아니었음을 궁금해 한 적이 없다. 당연히 ‘조도’라고 불리니 ‘아! 조도였구나’ 한 것이다.
조도(鳥島)에 대한 여러 가지 이름 중에서 유일한 문헌상 기록은《현산지(峴山誌), 양양대도호부의 기록》에 전한다. 《현산지》도서(島嶼)편에는 ‘무로도(無路島)는 양양에서 북쪽으로 35리 떨어진 속초진(束草津)의 동쪽에 있으며, 대나무가 난다.(無路島 在北三十里束草津東産竹)’고 기록되어 있어 ‘무로도’가 지금의 조도임을 말해준다.
한편, 조도의 또 다른 명칭에 대해 지역의 원로이셨던 고 장헌영님께서 1981년 4월 27일 속초의 설화(출처 : 속초문화원)에 대해 녹취한 자료를 보면 소야8경(所野8景)에 대해 녹취하던 중 “노도귀범(鷺島歸帆). 노도귀범이란 저 앞에 보이는 섬입니다. 저걸 갖다가 우리가 ‘새섬’이라고 하는데 갈매기 노(鷺)자를 씁니다. 우리가 청구도 지도에서 보면 명칭 나오는 것이 ‘갈매기 노’잡니다. ‘노도(鷺島)’입니다. 갈매기도 새는 새니까 새섬이라 이렇게 합니다”라는 말씀하셨는데 녹취에서 언급했던 《청구도》에는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길로(路)’자로 표시되어있어 녹취록의 출처를 찾기 어려운 것이 아쉬울 뿐이다. 또한 《청구도》에 표시된 ‘로도(路島)’는 《대동여지도》와 《동여도》에 표시된 무로도 즉, 청간정 앞바다에 있는 섬과 같은 섬으로 《청구도》에 표시된 ‘로도’의 위치가 남쪽으로 치우쳐져 있을 뿐이다. 다만 우리말의 ‘새 섬’을 일본이 한자로 옮기면서 ‘조도(鳥島)’라고 지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만 추측될 뿐이다.
조도의 또다른 이름으로는『내고향 속초』의 저자인 김정우님은 그의 저서에서 ‘조도’를 ‘죽도(竹島)’또는 한글로 ‘대섬’이라고 기술하고 있는데, ‘죽(竹)’이 ‘대나무’를 뜻하기에 ‘대나무섬’을 의미하는 ‘대섬’이라고 하였다. 『내고향 속초』라는 책은 지역주민의 증언, 경험을 통해 작성한 책이라 순수 민간차원에서 ‘대섬’이라고 불리었을지는 모르나 문헌으로 남아있지 않아 아쉬울 뿐이다.
그런데, 무로도는 간성군과 양양군에 걸쳐 2개가 존재한다. 하나는 간성군 청간정 남쪽에 있는 무로도(無路島, 茂鷺島)요, 또 하나는 속초진(束草津) 동쪽에 있는 무로도(無路島)이다. 《대동여지도》, 《청구도》, 《동여도》에 나타나 있는 ‘무로도(無路島)’, ‘로도(路島)’는 모두 간성군에 속해 있는 무로도이다.
3개의 지도에 간성군에는 총 5개의 섬이 표시되어 있는데 속초북쪽으로 순서대로 ‘무로도(無路島)’, ‘괘도(卦島)’, ‘죽도(竹島)’, ‘초도(草島)’, ‘저도(猪島)’이다.
《대동여지도》와 《동여도》에는 ‘무로도’가 청간정 남쪽에 표시되어 있는데, 《청구도》에만 원산(元山) 앞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 ‘무로도’는 지금의 ‘조도’를 칭하는 ‘무로도’가 아니라 청간정 남쪽에 있는 ‘무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세 지도 모두 김정호가 작성한 지도이지만 오류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도의 또다른 이름은 ‘속초도(束草島)’이다.
조선 전기의 명신(名臣)이지 학자인 성현[成俔, (1439년 ~ 1504년), 왕명에 따라 유자광 등과 <쌍화점(雙花店)> 등의 고려가사(高麗歌詞)를 바로잡고《악학궤범(樂學軌範)》을 편찬]의 저서인《허백당 시집(虛白堂詩集)》제10권 중 ‘쌍궐호(雙闕湖-청초호의 별칭인 쌍성호의 오자)’라는 시(詩)에서는 조도를 ‘속초도(束草島)’라고 하고 있다.(雪嶽凌空活畫奇。籬山崷崒鼐峯危。湖開十里包平野。竹暗雙城有古基。束草島侵滄海近。祕仙臺隱亂松枝。春風信馬垂鞭去。草綠沙明日正遲). 이는 순수한 관광객의 입장에서 속초리 앞바다에 있어 ‘속초도’라고 표기했거나, 주민에게 물어서 ‘속초도’라고 표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문헌자료상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개인의 기록이어서 아쉬울 뿐이다.
따라서, 현재 조도의 명칭을 체계화 하자면 다음과 같다.
○ 시기별 : ‘속초도’《조선초, 허백당 시집》⇒ ‘무로도’《조선후기, 현산지》⇒ ‘조도’《일제강점기》
○ 문헌별 : ‘무로도’《현산지, 官誌》⇒ ‘속초도’《허백당 시집, 私集》⇒ ‘노도’ 또는 ‘새섬’(소야8경. 주민)⇒ ‘조도’《면세일반》
갈매기도 새이고, ‘조도(鳥島)’라는 단어가 ‘새섬’이라는 순수한 우리말을 한자로 옮긴 것이니, 만약 이름을 바꾼다면 ‘새섬’이 타당하지 않을까?
평창군은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대관령이 있는 ‘용산면(龍山面)’이라는 지명을 조례개정을 통해 대관령면(大關嶺面)으로 변경한 사례가 있다. 현재 영금정과 외옹치, 조도 모두 대포항과 함께 속초를 대표하는 유명 관광지가 되었기 때문에 쉽게 이름을 변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지역명칭의 어원과 변천과정, 어떤 연유로 불리게 되었는지는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또한 일제강점기가 우리 국민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에 대해 조금은 궁금점을 불러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상철
속초문화원 부설
속초시향토사연구소 연구위원
대동여지도 간성·양양(1861).
청구도 / 청구요람 간성·양양(1834).
동여도 간성․양양(철종, 고종 연간).
조선오만분의일 지형도(1918년, 조선총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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