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가 들렸다. 비가 오나 했다. 정말이었다. 그렇게 드디어 속초에도 비가 왔다. 당일에도 그토록 기다리던 비가 놀랍게도 많이 내리고 있었다. 집회 시작하기 전에는 하늘만 잔뜩 찌푸렸는데 우산이 필요할 정도로 제법 많은 양의 비가 오고 있었다. 바로 2018년 3월 4일 저녁 9시 30분, ‘속초시 가뭄극복과 삼일절 나라사랑 기도회’ 집회를 마친 직후였다.
기도회를 마치자마자 비가 온 것이다. 이런 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그냥 우연의 일치라고 말하면 메마른 심령상태의 너무 저급하고 비열한 반응 아닌가. 그렇게 치부하면 그동안 극심한 가뭄에 하늘을 향해 비가 오기를 간절히 구했던 마음은 거짓이었단 말인가. 여측이심(如廁異心)이라고 뒷간 갈 때와 올 때 마음이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
가뭄이 계속되면 사람들은 하늘을 원망한다. 그래서 신문에서도 ‘유독심한 가뭄에 하늘도 원망’, ‘말라가는 곡식에 하늘만 원망’, ‘헛농사 하늘이 원망’ 보통 제목이 이렇다. 그러다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한계에 이르면 ‘하늘이시어! 비를 내리소서’라고 기우제를 지낸다.
기독교인들은 ‘주여! 비를 내리소서’라고 기도한다. 설명절이 지난 2월 19일에 필자가 지회장으로 있는 한국보훈선교단에서 기도회의 필요성을 처음 제안하였다. 그리고 당일 기독교장로연합회 월례회에서 이러한 제안에 속초시장로연합회 장로님들이 일심으로 동의하고, 21일 속초시기독교연합회 임원회에서 정식결의가 되었다. 때마침 삼일절 99주년 행사가 예정되어 있으니 겸하여 속초시 가뭄극복 기도회를 함께 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튿날부터 시내 곳곳에 현수막이 붙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인 23일 저녁에 진눈개비가 조금내리더니 24일에는 5미리 눈이 내렸다. 일기예보에도 없던 일이었다. 그리고 4일 지난 28일에 그토록 기다리던 눈비가 49.9미리 왔다. 다시 4일 후인 3월 4일 밤과 5일에 30미리의 눈비가 내렸다. 필자는 이러한 놀라운 자연현상을 마주함에 감격의 전율을 느꼈다. 기도회 행사 주관자입장에서는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드라마틱한 하나님의 응답이었다.
물론 시민의 간절한 바람도 담겼을 것이다. 삼일절기도회에 시장님도 참석했다. 축사 후에 시청담당과장이 그간의 가뭄극복 노력을 부연 설명했다. 당초할애시간 10분을 넘어 30분을 사용했다. 물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들, 시군 경계지역 인접저수지의 여유분 저수공급약속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기도회의 본말이 전도된듯하여 진행 맡은 필자를 조급하게 만들었으나, 절실했던 가뭄극복의 설명으로 이해해 달라고 회중의 양해를 구했다.
이제부터라도 어떻게 물부족 문제를 풀어갈 것인가를 원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 동네 저수지에 있는 물은 그 동네 물이 맞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산에서 내려온 저수지 물은 하늘에서 내린 비가 모인 것이다. 당연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물의 소유권은 주장하지만 비의 소유권은 주장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비의 소유권은 하늘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정상이 아니다. 그 사람은 우리 동네 산소와 공기도 칸을 막자고 주장해야 맞다. 그렇게 물의 다툼이 여기까지 이르렀다. 사람의 지식과 이해의 정도가 이 수준이다.
햇빛과 비는 만인에게 동일한 하늘의 일반은총이다. 그리고 그것의 운행은 하늘의 시간인 카이로스의 시간에 달려 있다. 아무리 가뭄이 극심해도 카이로스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일반은총으로 내린 비가 모인 물은 공유자원이다. 이번 가뭄으로 하늘의 뜻을 발견했으면 한다. 속초시민이 찾기에 양양 5일장이 활성화 되는 것처럼, 서로의 갈증에 아름다운 상생회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시군통합이 해법이다. 수없이 언급하지만 인구절벽시대 지역이 ‘설악시’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하늘의 뜻을 알라고 사람의 머리가 하늘로 향하고 있지 않은가! 가뭄극복으로 모아진 지역협력의 모습이 시군통합의 새로운 전기가 되기 바란다.
최철재
경동대교수·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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