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지역의 옛 지명 바로 알기<2> 통설 : 비선대(秘仙臺)와 영금정(靈琴亭)은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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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대(秘仙臺)와 영금정(靈琴亭)은 별개이다

등록날짜 [ 2018년02월05일 14시12분 ]

옛 기록을 보면 속초지역에는 2곳의 비선대(飛仙臺, 秘仙臺)가 존재한다. 하나는 설악산에 위치한 비선대(飛仙臺)이고, 다른 하나는 청초호 동쪽 10리에 위치한 비선대(秘仙臺), 즉 지금의 영금정(靈琴亭)이라고 부르는 지역이다.
□ 비선대(飛仙臺)
○ 여지도서 양양부 고적조
飛仙臺(비선대) : 설악산 동쪽 식당동에 있다. 하얀 돌이 넓게 펼쳐져 맑은 물이 가운데로 흐르면서 혹은 펴져서 폭포가 되고, 혹은 머물러 소가 되었다. 대의 북쪽 벽은 돌이 높게 솟아올라 빽빽하게 묶여있는 것이 칼과 창같이 삼엄한 기세였다.(在府西五十里食堂泂白石平鏞淸川中流或布而爲瀑或渟而爲潭臺之北壁石嶂突□(慫)森束如釰戟樣)
비선대(飛仙臺)는 현재까지 같은 이름으로 불리어지는데, 청초호 동쪽의 비선대(秘仙臺)는 지금은 영금정(靈琴亭)이라고 불리어지고 있으며,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다만, 설악산의 비선대(飛仙臺)가 최초로 문헌상에 등장한 것은 1760년대 간행된 《여지도서》이고, 청초호 동쪽의 비선대(秘仙臺)는 1530년에 간행된《신증동국여지승람》으로 청초호 동쪽의 비선대(秘仙臺)가 양양의 관광명소로 등장한 시기가 더 빠르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지역에 사는 시민들 대부분이 ‘비선대’와 ‘영금정’을 동일(同一) 장소명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속초의 지명, 1990년, 속초문화원 발간>에서는 ‘영금정에 대해 속초(束草) 등대 밑 동쪽 바닷가에 3면이 바다와 잇닿아 있고, 한쪽 면이 육지와 잇닿은 석산이 있었는데, 이 석산이 영금정(靈琴亭)이라고 부르던 곳으로…(중략) 영금정(靈琴亭)은 누대(樓臺)정자가 있어서 영금정(靈琴亭)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고, 이 석산 꼭대기에 괴석들이 정자 모양으로 되어 있었고, 파도가 석벽에 부딪칠 때면 신비한 음곡(音曲)이 들리는데 석산 꼭대기에 올라가 보면 아무도 없어서 산이 거문고를 타는 것이라고 하여 ‘영금정(靈琴亭)’이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또한 선녀들이 밤이면 남몰래 하강하여 목욕도 하고, 신비한 음곡조(音曲調)를 읊으며 즐기는 곳이라고 하여 비선대(緋仙臺)라고도 한다’고 하여 ‘비선대와 영금정’을 동일시하고 있다.
<속초의 옛 땅이름, 2002년 속초문화원 발간>에서는 ‘속초(束草) 등대 밑 동쪽 바닷가에 삼 면이 바다와 잇닿아 있고, 한쪽 면이 육지와 잇닿은 석산(石山)이 있었는데, 이 석산이 솔산이다. 지금은 방파제 쪽에 일부만 남아 그 형태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이곳 일대를 통칭하여 비선대(秘仙臺)라고 불렀다. ‘비선대’라고 불리게 된 것은 솔산 위에 비선대라는 정자가 있었기 때문이며, 조선 시대에는 영금정(靈琴亭)이란 땅이름이 쓰이지 않았고, 일제시대에 들어와 불리기 시작했다고(생략)’ 라고 하여, 비선대와 영금정을 같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자(漢字) ‘대(臺)’의 의미는 ‘넓고 평평한 곳’으로 건물이 있는 곳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정(亭)’ 또한 정자라는 의미의 조망대, 관망대 건물일수도 있지만, ‘우뚝 솟다’라는 의미도 있다. 즉, ‘정(亭)’이란 한자어가 있다 해서 무조건 정자라는 유형물이 있었다는 얘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영금정’이란 파도가 석벽에 부딪칠 때 신비한 곡조의 음을 내므로 산이 거문고를 탄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영금정’이라는 명칭이 문헌상 최초로 등장하는 것은 일제강점기시절 발간된 《면세일반(面勢一般)》이라는 행정자료이다. 면세일반을 자세히 보면 ‘비선대’와 ‘영금정’은 다른 곳임을 알 수 있다.
1926년 발간된 《면세일반(面勢一般)》의 내용이다.
‘속초리 동쪽 끝 암초에 돌출해 기이한 형상과 묘한 그림 같은 것을 칭하여 비선대(秘仙臺)라고 한다. 이곳에서 바위에 기대어 내려다 보면 동남쪽의 조도는 바다에 하나의 떨어진 산과 같이 구름 끝에 우뚝 솟아 송도부근에 크고 작은 돛단배가 있는 것 같다.(중간 생략) 높이 쌓은 대의 영금정은 수십척의 석벽사이에 길이 7간, 폭 7간이며 골짜기 가운데 한개의 바위 봉우리가 돌출해 그 모양이 특히 신기하다고 한다.’
위 지문에서 ‘비선대’와 ‘영금정’이 동시에 나온다.
‘비선대’는 신비한 암초 전체의 형상을 일컫는 명칭이고, ‘영금정’은 그 중에 하나인 길이 7간 폭 7간이며 골짜기 가운데 한 개의 바위 봉우리가 돌출한 그 모양의 바위를 일컫고 있다.
즉 ‘영금정’을 석벽과 석벽사이에 위치한 공간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길이 7간, 폭 7간을 지금의 단위(1간=1.8m)로 환산하자면, 144㎡(약 44평)으로 상당히 넓은 공간임을 알 수 있다.《대동지지(大東地志)》 영로편에 ‘해상암석이 평평하고 넓어 가히 수십 인이 앉을 만하다’는 기록이 신빙성이 가는 대목이다.
속초지역의 유학자인 매곡(梅谷) 오윤환(吳潤煥)선생께서 작성하신 매곡일기(梅谷日記) 1930년 4월 8일자에는 ‘속초 영검정(靈檢亭) 동북쪽 끝에 반석이 평평하게 깔려있고, 그 위에 반석 절반이 올려져있는데 그 길이는 8척(24m, 1척 = 3.3m), 두께는 2척(6m), 넓이는 5척(15m)이다. 이는 신의 힘인지 사람의 힘인지 알 수 없다’ 하여 《대동지지》에 표현된 것처럼 영금정이 상당히 넓은 바위임을 알 수 있다.
결국, ‘비선대’라는 명칭은 신비한 암초가 있는 ‘장소의 총칭’을 말하는 것이고, ‘영금정’이란 명칭은 ‘비선대의 많은 바위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일제강점기 이전까지만 해도 이지역의 명칭은 통상 ‘비선대(秘仙臺)’로 불리어 왔으며, 일제강점기에 들어 비선대의 바위 중 일부가 ‘영금정(靈檢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