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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시멘트 아파트와 성당과 예배당
등록날짜 [ 2017년11월27일 13시30분 ]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의 공간에 대해 생각해보면 공간은 연속적이며, 높낮이나 너비가 일정하지 않아 기하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쓰임새가 많고 편의성에 따라 공간의 가치가 다르게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의 공간개념이다.
종교 경험 속에서의 공간은 우리의 일상공간 개념과는 전혀 다른 공간의 뜻을 지니게 된다.
종교 경험 속의 공간은 성(聖)과 속(俗)의 개념으로 나뉜다. 이스라엘의 구약성서를 보면 모세는 광야에서 헤매다 떨기나무 가운데서 불꽃이 이는 것을 보았는데 하나님이 떨기나무가운데서 그를 불러, 모세야! 모세야! 하시매 그가 가로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이리로 가까이 하지 말라. 너희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모세는 신을 벗고 자신이 할 일, 유대민족을 이집트의 바오로 압제로부터 탈출시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으로 인도하는 대탈출의 위업을 시작하게 했다.
모세가 신을 벗어야 했던 이 땅은, 신이 거하는 거룩한 땅이다. 이 땅은 일상의 공간 개념으로는 이해가 될 수 없는 땅이다. 한 개인과, 한 민족의 자유의 역사가 시작되는 이 땅에는 하나님이 살고 있다. 신이 생존해 있으니, 그곳은 곧 세계의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어떤 민족이나 국가에도 의미 있는 공간을 성(聖)스러운 공간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음을 우리는 쉽게 역사문화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백두산 천지나 설악산 대청봉은 일부 사람들에게 속(俗)의 공간이 아니라 성(聖)의 공간으로 역할하고 있다. 한 가정에도 안방의 아랫목에 어른의 자리가 있는 것은 일상 속 공간을 성역화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종교적 공간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해보면, 그것이 인간의 현재적 상황에서도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유대교를 신앙하는 이스라엘과 이슬람교도인 가나안 부족은 예루살렘을 포기할 수 없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의 야훼와 이슬람의 알라가 세상을 창조한 거룩한 공간이다. 그곳은 세상의 중심이고 창조주가 거하는 거룩한 공간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는 공간이다.
동명항을 향해 속초 외항에서 내항으로 들어오다 보면 속초의 언덕에 작고 아담한 성당과 우람하고 큰 예배당이 정면으로 보인다. 두 종교시설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높고 넓은 아파트들이 건설될 예정이라는 소문이 들린다. 
성당은 6・25 휴전 후 미군 군목들과 지역 성도들이 힘을 합쳐 건설한 매우 아담하고 다감한 아일랜드식 화강암 성당이다. 지난 1952년 건축돼 올해로 66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개신교의 예배당은 원산지구 기독교 감리교 지소로 역사는 90년이나 된다고 한다. 개신교인 기독교 감리교는 일제강점기와 인민공화국 시대, 6・25전쟁과 4・19, 5・16을 속초시민과 함께 해왔다. 개신교는 교세가 확장되면서 속초지역의 자연과 주위의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지 않고 홀로 도도히 군림해왔다.
동명동 언덕의 예배당과 성당은 속초지역에 밀려든 해난사고와 폭풍을 교인들과 시민들, 그리고 바닷사람들과 함께 지켜보고 극복해왔다. 먼 동해바다와 북남쪽 바다에서 어머니의 품과 같은 모항을 찾아드는 선박들에게 구원의 방주 역할을 해왔다.
속초인구가 수천의 조그만 갯가일 때부터 인구 10여만명에 이르는 도시로 성장하기까지의 긴 세월동안 동명동 언덕의 성당과 예배당은 이 지역에서 태어나고 교육받고 성장한 모든 사람들에게 등대처럼 거룩한 존재에 대한 의미와 생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이제 바다전망이 좋다고, 시내 중심이라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시멘트 고층아파트가 내항과 성당과 예배당 사이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설악권은 물론이고 동해안과 먼 북방 시베리아와 유럽으로 향하는 선박들의 정신적 등대인 두 건축물이 시멘트 아파트에 가린다면 속초가 평소에 세계에 전하던 구원의 메시지는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약간의 경제적 이유 때문에 성(聖)의 공간을 세속(世俗)의 공간으로 팔아넘기는 행위는 가롯 유다의 행위와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이반
전 숭실대 교수・설악문화예술포럼 회장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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