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선생이 지난 25일 설악중학교(교장 최광익)에서 초청강연을 했다. 최광익 교장과의 인연으로 설악중을 방문하게 된 도올은 이날 오전 11시 3학년을 대상으로 짧은 특강을 하고, 오후 2시부터 학교 강당에서 학생들과 교직원, 학부모, 시민 등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도올이 중학교를 방문해 특강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은 설악중은 이날 강연 내용을 녹화해 교육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편집자 주>
4차 산업혁명.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인공지능에도 인격이 부여될 거란 얘기가 벌써 턱밑까지 쫓아왔다.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껴서인지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인문학의 열풍이 최근 부쩍 뜨겁다. 그리고 그 인문학 열풍을 한참 전부터 주도했던 인물이 바로 도올 김용옥이다.
지난 10월 25일 ‘그대들이 민족의 미래다 – 고구려 정신과 공부’라는 주제로 설악중학교(교장 최광익)를 찾은 도올은 한 시간의 강의뿐만 아니라 30여분의 질의 응답시간까지 가지며 지역 내 중고등학생들에게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응원과 질책을 아끼지 않았다.
“왜 왔냐?”는 질문에 “어떤 인연으로 속초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는지 묻는 거죠?”하는 재치 있는 유머로 시작한 강연은 끝까지 열기가 식을 줄 몰랐다. 20세기 들어 쓰인 우리의 역사가 일본의 식민지 시절에 이루어졌음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포문을 열며 “역사를 공부하기 이전에 역사가 어떻게 기록되었는지를 먼저 공부하라”는 도올의 일갈은 현재를 기록하는 역사의 일종인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민주시민의 자세를 학생들에게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또한 부족국가들이 통합되며 삼국시대로 변모하였고, 다양한 의견으로 밤샘도록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 조선시대 당파 등의 모든 것을 폄훼하여 우리 민족의 역사를 분열의 역사로 단정 지은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편수회의 농간질을 얘기하며 목에 핏대를 올리는 그의 모습은 20대 혈기왕성한 청년들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역사를 바로 알고 자신의 정체성을 일깨워라. 흘러간 과거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현재를 도도히 관통하는 스스로의 힘으로서 역사를 소중히 한다면 분명 여러분들이 미래를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는 이날 내용 중 으뜸이었으며, 아직도 가슴 언저리에 남아 울리고 있다.
50분의 뜨거운 강연을 마친 후 지역 내 청소년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의 질문에 “미국, 중국 등 세계를 돌며 공부했는데 우리나라만큼 좋은 환경적, 정서적 기반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나라가 없다. 현재 대한민국은 가장 중요한 시기를 겪고 있다. 이 중요한 시기에 실력을 길러 시대의 변화를 리드하는 인재가 되길 바란다”는 답을 했다. “인생은 무엇인가요?’하는 다소 짓궂은 질문에도 “사람마다 각자의 인생이 있어서 답하기가 어렵다. 질문의 맥락을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나요라고 바꿔보자. 한 가지만 얘기하고 싶다. 자기 인생에 스스로 책임을 져라. 감기하나 걸리는 것도 모두 자신의 책임이다. 스스로를 책임지는 인생. 이 것 하나만 기억해 주길 바란다”는 진중한 조언을 하기도 했다.
90분 가까이 이어진 이날 강연은 만주벌판을 호령하던 고조선의 역사부터 조선까지 이어지는 우리 역사와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도올의 해박하면서도 깊은 사유가 어우러진 값진 시간이었다. “오늘 강의를 들은 여러분은 드넓은 벌판을 달리던 민족의 DNA를 깨워낸다면 30년 후에 지역과 국가 그리고 세계를 호령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때 내 나이가 100세가 된다. 나는 100살이 되어 여기 속초로 다시 와서 강의를 할 테니 우뚝 선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는 도올의 힘찬 당부가 강연에 참석한 모두에게 전해졌으리라 믿는다.
김세형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고구려 영토가 담긴 지도를 보이며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전호남 시민기자>
도올 김용옥 선생이 지난 25일 설악중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전호남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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