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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 피그말리온 효과와 스티그마 효과
등록날짜 [ 2017년10월02일 11시05분 ]
월요일 아침 7시 50분. 학교 교문을 들어서며 작은 기대를 가져본다. 지난 주말 동안 학교 울타리 안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를…. 그러나 그 작은 기대를 충족 시켜주는 날은 그리 많지 않다. 오늘은 유치원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의 고무매트 위에 어젯밤 그들이 즐긴 빈 소주병과 치킨 박스가 어지럽다. 물론 아무렇게나 버린 담배꽁초들도 빠질 수 없는 흔적이다. 그나마 술에 취해 반납한 흔적들이 없어 다행이다.
화요일 저녁 21시.  속초 평생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속초문예대학 강의를 마치고 집까지 운동삼아 걸어간다. 학원가에서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우르르 밀려 나온다. 김밥 집으로, 밥버거 집으로, 편의점으로 끼리끼리 몰려간다. 공부해야 한다는 이유로 따뜻한 저녁밥조차 먹지 못하고 인스턴트로 허기를 달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기엔 가슴 한 구석이 너무 시리다. 그 중에 몇몇 아이들은 어두운 골목길로 스며든다. 그들이 숨어서 피워내는 빨간 불꽃이 어둠 속에 가려진 그들이 가진 불안의 크기만큼 커져간다.
우리 어른들은 그런 그들을 보며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인다. 학생 아이들이 왜 술을 먹고 담배를 피우도록 그냥 내버려두는지를 학교 교육 탓으로 돌리며, 자신의 책임감과 미안함에 면죄부를 하사하며 자신은 꽤 괜찮은 어른이라는 위안과 평안을 얻는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왜 당연한 질문 하나를 잊고 있는 걸까? 저 아이들이 마시는 술과 피우는 담배는 누가 팔은 걸까? 신분증이 없으면 살수 없는 그 것들을 저 아이들은 어떻게 구했을까?
얼마 전 청소년상담센터의 부탁으로 학교 밖 청소년 아이들과 수업을 했다. 아니 수업이 아니라 두 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처음 교실에 들어가 내 소개를 하는 동안 네 명의 아이들은 내 얼굴조차 쳐다보지 않았다. 마음을 닫은 아이들에게 아무리 좋은 내용을 가지고 수업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40년 교직경험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시도를 먼저 했다. 10분간 공개할 수 없는 나만의 비법으로 마음 열기를 마치고서야  비로소 아이들이 내 눈과 자신의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는 발길이 가볍지 않았다. 네 아이 한명 한 명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모두가 착한 아이들인데, 누가 그들에게 가슴 속 깊은 곳에 불도장 하나씩을 찍어 놓은 걸까?
교육심리학에서는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행적으로 낙인이 찍혀 사람과의 교류를 거부당하거나, 능력이 떨어져서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 ‘왕따’같은 격리 현상 등을 통하여 스스로 자신감의 상실 속에 갇히는 현상을 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라고 부른다. 스티그마란 미국 서부 개척 시대에 자신의 가축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불에 데워진 도장을 가축의 등에 찍어 소유를 표시한 ‘낙인’에서 유래한 말이다. 지금 우리는 너무 일찍 아이들에게 낙인을 찍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너무 빨리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물음표를 던져 본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가 있다. 로젠탈 효과, 자기 충족적 예언과 궤를 같이 하는 피그말리온 효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이름에서 유래한 심리학 용어이다. 조각가였던 피그말리온은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하고, 그 여인상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아프로디테 여신은 그의 사랑에 감동하여 여인상에게 생명을 주었다. 이처럼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해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타인이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기대하면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이다.
우리 지역에는 자신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자신의 생각을 긍정적으로 받아주고 격려해줄 어른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한 아이들이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
‘나쁜 아이’이라고 불도장을 찍기 전에 아이들의 마음과 상처를 먼저 들여다 볼 줄 아는 어른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 넌 할 수 있어!”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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