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는 동해안 대표적인 수산도시이다. 대포항은 1908년부터 기선이 운항되어 타 지역과 인적, 물적 교류의 거점으로 역할을 하면서 지역의 수산업 발전을 선도했다. 1932년에는 근대적인 항만으로 개발된 속초항은 속초시가 동해안 대표 수산도시로 자리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속초 수산업의 역사가 곧 속초시의 역사이다. 시대 흐름에 따라 속초의 수산업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조선시대 속초를 포함한 양양군의 수산업에 대한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 중종 25년 보완 수정)에 나온다. 강원도 양양의 토산품으로 김, 전복, 홍합, 문어, 대구, 송어, 연어, 은어(銀口魚), 황어, 방어, 고등어, 광어, 농어, 숭어, 쌍족어(雙足魚), 해삼이 나온다. 아울러 인근 간성군의 토산품 목록에는 도루묵(은어, 銀魚)도 나온다. 영조 때 읍지를 모아 책으로 엮은 <여지도서> 양양편에는 방어만 빠지고 똑같다.
은구어(銀口魚)와 은어(銀魚)가 동시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은구어는 지금의 은어, 은어는 지금의 도루묵의 옛 이름으로 추정된다. 쌍족어(雙足魚)는 어떤 어류인지 확인이 안 된다.
동해안의 대표어종의 하나인 오징어(오적어, 烏賊魚)도 토산 목록에 없다. 동해안 대신 서·남해안의 토산 목록에 오징어가 나온다. 당시 오징어는 동해안에서 크게 잡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임연수어(臨淵水魚)는 <신증동국여지승람> 함경도 길성현 편에 등장한다.
그런데 조선후기 많이 잡히는 대표어종으로 명태와 조기, 청어, 대구, 멸치를 손꼽는데 조선시대 지리지에서는 명태와 멸치를 찾아볼 수가 없다. 명태(明太魚)는 1860년대 김정호가 편찬한 <대동지지>에 함경도 길성현의 토산 목록에 등장한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신편한국사>에서는 조선후기 우리나라 다획성 대표어종으로 함경도와 강원도에서 잡히는 명태를 손꼽았다. 19세기 초 문집에는 함경도에서 생산되는 명태는 마른 명태로 만들어져 원산에 모이고, 배에 실어 운수하거나 말에 실어 고개를 넘는데 밤낮없이 사람과 말의 왕래가 끊이지 않아 우리나라 해산물 중에 명태는 청어와 더불어 가장 많은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문헌에 명태는 날마다 먹는 반찬으로 여염의 빈민은 제사 지낼 때에 쓰고, 유가(儒家)에서도 가난한 사람은 역시 제수용으로 쓰는데 ‘천하게 쓰면서도 귀한 것’이라고 했다.
명태는 함경북도 나진만 대초도의 청동기시대 유적에서 뼈가 발견되어 선사시대부터 동해안 연안에서 잡힌 것으로 확인된다. 명태는 조선 후기 이전에는 “이름 없는 물고기는 먹어서는 안 된다”는 통념 때문에 잘 먹지도 않고 어업도 성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명태라는 이름이 문헌에 등장한 것은 1652년 효종 3년 승정원일기에 강원도에서 올라온 진상품 중에 대구어란에 명태란을 첨가하여 진상을 더럽혔다는 내용의 구절이 확인된다. 1765년 실학자 안정복은 이가환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여지승람>에는 명태어(明太魚), 도미, 멸어 등이 누락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지역의 진귀한 산물은 제대로 기록해야한다고 했다.
1871년 이유원은 <임하필기> 제27권에 명태(明太)의 이름에 대해 비교적 소상한 기록을 남겼다.
명천(明川)에 사는 어부(漁父) 중에 태씨(太氏) 성을 가진 자가 있었다. 어느 날 낚시로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아 고을 관청의 주방(廚房) 일을 보는 아전으로 하여금 도백(道伯)에게 드리게 하였는데, 도백이 이를 매우 맛있게 여겨 물고기의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알지 못하고 단지 “태 어부(太漁父)가 잡은 것이다.”라고만 대답하였다. 이에 도백이 말하기를, “명천의 태씨가 잡았으니, 명태라고 이름을 붙이면 좋겠다.”고 하였다. 이로부터 이 물고기가 해마다 수천 석씩 잡혀 팔도에 두루 퍼지게 되었는데, 북어(北魚)라고 불렀다. 노봉(老峯) 민정중(閔鼎重)이 말하기를, “300년 뒤에는 이 고기가 지금보다 귀해질 것이다.” 하였는데, 이제 그 말이 들어맞은 셈이다. 내가 원산(元山)을 지나다가 이 물고기가 쌓여 있는 것을 보았는데, 마치 오강(五江 지금의 한강(漢江) 일대를 말함)에 쌓인 땔나무처럼 많아서 그 수효를 헤아릴 수 없었다.
<한국고전종합DB, 임하필기 제27권 ‘춘명일사(春明逸史)’에서>
조선시대 지리지에서 멸치도 찾아볼 수 없다. 조선 말기에는 강원도를 중심으로 멸치어업이 크게 성하였는데, 이전 지리지 기록에 멸치가 나오지 않는 것은 볼품없는 천한 물고기로 인식되어 누락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한다.
1613년(광해군5년) 경 허균이 쓴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는 드물게도 우리나라 수산물의 원산지와 평이 실려 있다. 동해안에서 나는 수산물의 평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청어(靑魚)는 네 종류가 있다. 옛날에는 매우 흔했다. 명종 이전만 해도 쌀 한말에 50마리였는데 지금은 전혀 잡히지 않으니 괴이하다. 홍합(紅蛤)은 중국인들은 ‘동해부인(東海夫人)’이라 한다. 동해ㆍ남해에 모두 있는데 남해의 것이 조금 크다. 해삼(海蔘)은 중국인들이 좋아한다. 은어(銀口魚)는 영남에서 나는 것은 크고 강원도에서 나는 것은 작다. 해주에도 있다. 복어(河豚)는 한강에서 나는 것이 맛이 좋은데 독이 있어 사람이 많이 죽는다. 영동(嶺東) 지방에서 나는 것은 맛이 조금 떨어지지만 독은 없다. 방어(魴魚)는 동해에서 많이 나지만 독이 있어 임금께는 올리지 않는다. 연어(鰱魚)는 동해에서 나는데 알젓이 좋다. 송어(松魚)는 함경도와 강원도에서 많이 나는데 바다에서 잡은 것은 좋지 않다. 알은 연어만 못하다. 황어(黃魚)는 2월에 동해에서 난다. 가자미(鰈魚)는 동해에서 많이 난다. 옛날 ‘비목(比目)’이라고 한 것이 이것이다. 광어(廣魚)는 동해에서 많이 나는데 가을에 말린 것이 끈끈하지 않아 좋다. 대구(大口魚)는 동ㆍ남ㆍ서해에서 모두 나는데 북쪽에서 나는 것이 가장 크고 누른색이며 두껍다. 동해에서 나는 것은 붉고 작은데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 서해에서 나는 것은 더욱 작다.
팔상어(八帶魚)는 문어(文魚)인데 동해에서 난다. 중국인들이 좋아한다. 은어(銀魚)는 동해에서 난다. 처음 이름은 목어(木魚)였는데 고려 때 좋아하는 임금이 있어 은어라고 고쳤다가 많이 먹어 싫증이 나자 다시 목어라고 고쳤다 하여 환목어(還木魚 도로목)라 한다. 고등어(古刀魚)는 동해에서 나는데 내장으로 젓을 담근 것이 가장 좋다.
제곡(齊穀)은 작은 조개로 껍질이 자색(紫色)이다. 경포(鏡浦)에 있는데 흉년에는 이것을 먹으면 굶주림을 면할 수 있기 때문에 곡식과 같다는 뜻에서 제곡이라 한 것이다.(제첩으로 추정됨) 살조개(江瑤柱)는 북청(北靑)과 홍원(洪原)에서 많이 난다. 크고 살이 연하여 맛이 좋다. 고려 때에는 원(元) 나라의 요구에 따라 모두 바쳐서 국내에서는 먹을 수 없었다. 자합(紫蛤)은 동해에서 난다. 크고 살이 희며 맛이 달다. 게(蟹)는 삼척에서 나는 것은 크기가 강아지만하여 그 다리가 큰 대(竹)만하다. 맛이 달고 포(脯)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석화(石花,굴)는 고원(高原)과 문천(文川)에서 나는 것이 크지만 맛은 서해(西海)에서 나는 작은 것만은 못하다. 윤화(輪花)는 동해에서 나는데 석화와 같은 것으로 큰 것이다. 맛이 달다.
<한국고전종합DB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 제26권 도문대작(屠門大嚼) 발췌>
엄경선 전문기자(설악닷컴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명태의 이름 기원에 대해 소상히 기록한 문헌. 1871년 이유원이 쓴 <임하필기>. 한국고전종합DB 원본자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