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싣는 순서 -
1. 동해일보, 62년만에 속초로 돌아오다
2. 동해일보에 실린 수복지구 이야기 1
3. 동해일보에 실린 수복지구 이야기 2
4. 동해일보를 만든 사람들
사람만이 아니라 신문도 고향이 있다. 지역신문이라면 당연히 발간 지역이 고향이다. 1954년 수복지구 속초에서 발간된 <동해일보>가 62년 만에 고향 속초로 돌아왔다.
<동해일보>는 한국전쟁 중인 1952년 4월 17일 창간호를 시작으로 1955년 3월까지 근 3년 가까이 수복지구인 속초에서 발간된 일간지이다. <동해일보>는 설악권 최초의 지역신문으로 알려졌지만, 안타깝게도 남아 있는 신문이 단 한 부도 없었다. 충정장학회 이사장 김충호씨(78세)는 몇 년 전부터 양부(養父) 박태송씨가 발행했다는 <동해일보>를 찾으려고 이리저리 수소문해왔다.
그러던 중 몇 달 전 고 박태송씨의 친아들인 박경하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를 통해 전해 받은 책 <편집 출판학 연구 총설>에서 제호가 선명한 <동해일보>를 발견했다. 저자 이종국(전 대전과기대 교수)씨가 스승 고 안춘근 선생의 일대기를 서술한 글 속에 <동해일보>가 게재되었다.
김 이사장은 직접 인천까지 올라가 저자 이종국 교수를 만나 책에 게재된 <동해일보>가 지금도 보존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27일 이교수로부터 <동해일보> 복사본 몇 장을 우편으로 전해 받았다. 발간 신문의 원본은 살짝 건들기만 해도 부스러질 정도로 낡은 상태라고 한다. 비록 복사본 형태지만 62년 전에 속초에서 발간된 <동해일보>가 다시 고향에 돌아오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출판학의 개척자로 불리는 고 안춘근(1926~1993) 선생. 그의 꼼꼼함 덕분에 <동해일보>가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젊은 시절 속초에서 통역장교로 근무한 안씨는 자신이 기고했던 칼럼과 시론이 실린 <동해일보>를 평생 고이 간직해 왔으며, 작고 후에는 부인 박영희 여사가 소장해 왔다. 이종국 교수는 스승의 일대기를 기록하고자 깊이 잠들어 있는 <동해일보>를 찾아내어 세상에 그 존재를 알리게 됐다.
현재 확인되는 <동해일보> 신문은 1954년 5월 24일자 1면 일부분, 6월 25일자 1·4면, 7월 7일자 1·2면, 7월 8일자 1·2면으로 모두 7면이다.
이미지 1. 1954년 5월 24일자 1면 동해일보. 한자로 쓴 제호가 선명하다. 제호 아래 발행인 이름에 ‘회장 한치응(韓致鷹), 발행겸 인쇄인 박태송(朴泰松), 편집인 임선봉(林先峰)’, 신문가격 정보에 ‘1부 대금 10환(圜), 월정요금 100환’, 발행소 정보에 ‘강원도 속초읍 동해일보사’라고 적혀 있다. 이것으로 <동해일보>가 속초에서 발간한 설악권 최초의 지역신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2. <동해일보>가 속초의 신문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면으로 1954년 6월 25일자 4면을 들 수 있다. 6월 25일자 신문은 한국전쟁 발발 4주년 특집호. 1954년 그해 5월 10일에 세워진 수복기념탑 사진과 탑에 새겨진 장호강 시인의 시 ‘모자상부(母子像賦)’가 함께 신문에 실렸다.
신문 사진 속의 모자상은 그 모양이 지금과 다르다. 1954년 처음 세워진 수복기념탑은 강풍에 파손되어 1983년 11월 17일 시민모금으로 다시 복원되면서 모자상의 형태가 바뀌었다. 아이가 한쪽 팔을 들어 북녘 고향하늘을 가르키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탑에 새겨진 ‘모자상부’ 시도 분량이 대폭 줄어 다른 시처럼 바뀌었다. 신문에는 바뀌기 전의 모자상부 시를 확인할 수 있다. 시에는 어머니와 아이 철이의 대화가 나온다.
“어머니! 우리집 뜰앞 복사꽃도 이젠 피었겠지?”
“아무렴 제비도 처마끝 깃에 나래를 쉬일꺼야.”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는 살아 계실까?”
“아무렴 너를 만날 때까지는 살아 계셔야지.”
수복기념탑이 세워진 지 62년. 긴 세월이 흘렀다. 그럼에도 62년 전 동해일보에 실린 수복기념탑 사진이 낯설지 않다. 분단과 실향의 슬픈 역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엄경선 설악닷컴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이미지 1. 1954년 5월 24일자 1면.
이미지 2. 1954년 6월 25일자 4면.
지난 10월 14일 인천에서 동해일보 발굴을 위해 만난 3인(왼쪽부터 김충호, 박경하, 이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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