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처음으로 납북귀환어부 재심 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지난 12일 오후 2시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제216호 법정에서 열린 속초 납북귀환어부 무진호 선장 고 손용구씨와 삼창호 선원 고 김달수씨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2명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1972년 납북됐다가 귀환해 반공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두 납북귀환어부는 비록 고인이 됐지만, 유가족의 재심 신청으로 51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고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강릉지원 제2형사부 이동희 판사는 이날 “당시 수사기관에서 신병을 확보한 후 6일이 지난 후에야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등 불법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으며, 피의자 신문조서가 뚜렷하지 않고 다른 공모가 이뤄지는 등의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검찰의 구형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6일 열린 공판에서 이들에 대해 무죄를 구형했다.
이날 무죄선고는 피해자 유가족들이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없이 자력으로 신청해 재심이 개시돼 무죄선고까지 이뤄진 것으로, 2020년 창동호 선원 재심 무죄선고와 함께 향후 납북귀환어부 재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속초항 소속 무진호와 삼창호는 1972년 8월 각각 속초항을 출발해 오징어잡이를 나갔다가 납북된 뒤 억류됐다가 한 달도 안 돼 9월 15일 속초항으로 귀항했다. 이 납북사건으로 무진호 선장 손용구와 삼창호 선원 김달수는 반공법 및 국가보안법,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두 선원의 가족은 고인들이 귀환 후 불법구금 상태에서 구타와 고문을 심하게 받아 몸이 망가져 고통받았고, 출소 후에도 항상 기관의 감시에 시달리고 가족까지도 큰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해 1월과 3월 각각 재심을 신청했다. 이번 재심 판결로 같은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다른 무진호와 삼창호 선원들에게도 명예회복의 길이 열린 셈이다.
이날 선고공판에는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가족과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해 무죄선고를 받은 가족들을 축하해줬다.
엄경선 전문기자
지난 1월 12일 강릉지원에서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가족과 관계자들이 50여년만에 내려진 재심 무죄선고를 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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