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려면 걸어야 합니다. 80평생을 잔병치레 없이 살았어요. 그 비결은 열심히 걷고 또 걸었기 때문입니다.”
1943년생(80) 속초 걷기왕 엄남섭(금호동) 전 중앙초교 교장은 이렇게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엄 전 교장은 건강에 관한 한 국가대표급이라고 자부한다. 걷기뿐만 아니라 등산도 국내 100대 명산을 등반해 인증을 받은 ‘등산 마니아’이기도 하다.
엄 전 교장은 지난해 속초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속초시, 속초양양교육지원청과 진행한 ‘속초사잇길 162일 걷기 챌린지’에서 총 634회를 완보해 걷기왕에 선정됐다. 총 400회대를 걸은 2위와 큰 차이를 나타냈다. 속초사잇길 10길 중 하루에 평균 4길은 걸은 셈이다. 3길(수복길)은 130회, 4길(아바이마을길)은 128회, 7길(청초호길)은 122회를 걸었다.
엄 전 교장은 속초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속초사잇길 1길~10길 완보자에게 수여하는 완보증서와 기념메달을 2020년 7월에 1번으로 받았다. 지난 19일까지 완보증을 받은 이는 모두 364명이다.
지난 17일 금호동 속초교육문화관에서 만난 엄 전 교장은 여든 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고 활력이 넘쳤다. 속초 중앙초교 교장을 끝으로 교직에서 퇴직한 지 20여년이 지났다고 했다. 1973년 속초초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속초로 이사를 왔다.
“속초는 주변에 명산이 많아 등산을 시작했어요. 산에 오르며 희열을 느꼈고, 매번 같은 산을 가도 언제나 달라지는 산의 모습에 반했지요. 그리고 등산 후 한잔하는 맛에 푹 빠져 산을 오래 다녔던 것 같아요.(웃음)”
속초사잇길은 △1길(영랑호길) △2길(장사·영랑해변길) △3길(수복길) △4길(아바이마을길) △5길(속초해변길) △6길(청대산길) △7길(청초호길) △8길(청초천길) △9길(설악누리길) △10길(대포만세운동길)로 구성돼 있다. 2019년 3월부터 시범운영을 거쳐 2020년에 일반 시민들이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엄 전 교장은 속초 10길 중 1길(영랑호길), 5길(속초해변길), 7길(청초호길), 9길(설악누리길)을 가장 좋은 코스로 뽑았다. 주변 환경이 아름답고 그늘이 많아서 걷기에 좋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8시 30분이면 1길 영랑호길로 출근해요. 두어 시간 걷고 나서 집에 들렀다가 다시 7길(청초호길)을 걸어요. 아직도 매일 10길 중 3길 이상은 걷고 있어요. 걷고 사색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걸을 생각입니다.”
성낙규 인턴기자 nk_2232@naver.com
속초 걷기왕 엄남섭 전 교장이 지난 17일 속초교육문화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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