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춘천간 동서고속화철도가 국가재정사업으로 확정되었다. 부동산 광풍과 지역경기 활성화 등의 장밋빛 청사진이 지역을 뒤덮었다. 속초역 위치에 대한 걱정, 남북통일 후 유라시아 대륙과의 교류도 이야기 된다. 당연히 관광발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정보화와 글로벌 시대에 관광경쟁력은 무엇일까? 교통이 편리하고 문화교류가 활발해질수록 지역 고유의 문화정체성이 중요하다. 그럴 때 관광경쟁력은 자연스럽게 생기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지역고유의 문화자산을 활용한 지역밀착형 도시재생방안이 각 지자체 마다 확산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서고속철이 안겨줄 장밋빛 미래의 완성은 급속히 변하는 세계화와 다양한 문화의 유입에도 든든하게 버틸 수 있는 문화자생력이다.
울산바위 전설 모티브로 창작
런갯마당이 지난 6월 29일 무대에 올린 창작공연 <울산에서 왔잖니!>는 이런 측면에서 중요한 공연이었다. 울산바위 전설을 모티브로 금강산으로 가기 위해 울산으로 떠나 설악산에 머물게 된 울산바위 이야기를 국악연주와 그림자인형극으로 표현하는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창작환경에서도 런갯마당의 젊은 국악인들은 매년 새로운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 그 이야기는 대부분 지역의 이야기였다. 속초의 발전상을 슬라이드 화면으로 보여준 속초의 꿈, 바닷사람의 아름다운 희생을 보여준 유정충 선장의 이야기 ‘선장’이 그렇다. 국악이라는 장르의 한계를 지역 밀착형 이야기로 넓히면서 대중적인 화법을 구사한 것이다. 그렇다고 지역이라는 프레임에 특정 장르를 우겨넣어 감동을 짜내는 수준의 단순한 작품은 아니었다.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국악 위에 지역 이야기를 새겨 넣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었다.
<울산에서 왔잖니!>는 조금 더 특별하다. 속초 극단 파람불이 만드는 그림자 인형극이라는 형식, 베이스 기타와 전통 소리가 어우러져 익숙하면서도 창의적인 작품이 탄생된 것이다.
작품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총 4장으로 구성되었다. 암전이 걷히고 나면 흥겨운 기악합주와 대북의 두드림이 시간여행으로 떠날 수 있도록 안내를 해준다. 1장은 조물주 이야기를 듣고 금강산으로 떠나는 울산바위의 설렘과 흥겨움을 퍼커션과 기악합주로 연주한 후, 북춤으로 마무리한다. 2장은 울산바위가 꿈꾸는 금강산의 모습이다. 부포놀음과 지전춤, 선반설장구, 고깔소고춤이 차례로 나오며 금강의 아름다움을 전통의 선율과 몸짓으로 담는다. 3장은 이야기의 절정이다. 풍류를 즐기다 금강산에 가지 못한 울산바위의 난처함이 창작국악곡 ‘난감하네’의 개사로 흥겹게 연주된다. 4장은 낙담한 울산바위가 설악산에 남기로 결심한다는 내용이다. 수궁가 중 세상의 경치를 보고 감탄하는 대목 ‘고고천변’을 중중모리 장단에 블루스의 독특한 음계를 더해 실내악곡으로 편곡했다. 1, 2장이 타악의 다양한 변주로 여행의 설레임을 표현했다면 3, 4장은 기존 국악곡을 이야기 흐름에 맞게 개사하여 재미를 더한 것이다.
설악산 상징조형 활용했으면…
아쉬움도 있다. 3, 4장에서 라이온킹 같은 뮤지컬처럼 설악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동식물 등을 상징조형 소품으로 활용하여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면 극적인 역동성이 더욱 잘 표현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무대나 의상도 이야기에 비해 소박하다. 설악산 화가 김종학의 색과 붓질을 모티브로 삼아도 좋았을 테다.
한 가지 더. 울산바위 이야기는 비교적 근대에 들어 만든 이야기다. 강릉원주대 장정룡 교수가 <속초문화> 24호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울산바위는 옛 문헌에 ‘천후산(天吼山)이나 이산(籬山)으로 나온다. 천후산은 하늘이 운다라는 뜻이고, 이산의 이(籬)는 울타리를 뜻한다. 따라서 ‘울산’은 ‘울상’에서 유래한 것으로 의미상 두 가지를 겸한 용어로 볼 수 있다. 이는 소리의 음성적 측면에서 ‘우는 상’의 ‘울상’이고, 산이 지닌 형태적 측면에서 ‘울타리상’을 축약한 ‘울상’에서 파생된 용어로 의심된다는 점이다. 울산바위 전설과 함께 이러한 학술적 의미를 팸플릿 등에 게재하였다면 더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김인섭 속초문화원 사무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런갯마당이 지난 6월 29일 무대에 올린 창작공연 ‘울산에서 왔잖니!’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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