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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되지 못한 반세기의 상처, 사진에 담아
이진수 작가 개인전 ‘이데올로기 경계선과 그 파편들’/11월말까지 대진리 고성평화지역아트센터에서 진행/해안경계 철조망·모래속에 파묻힌 해안초소 등
등록날짜 [ 2021년11월01일 10시05분 ]

이진수 작가의 개인 사진전 ‘이데올로기 경계선과 그 파편들’이 고성군 현내면 대진리의 고성평화지역아트센터에서 이달 말까지 진행된다.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 잔유물인 철조망을 바라보면서 작가는 그 안에 감추어져 있는 조국 분단의 슬픈 현실과 그 시대를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고통과 절규의 외침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진수 작가는 그러한 반세기의 아픈 역사를 사진 속에 담아내고 싶었다. 그것은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의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속에 담긴 해안경계 철조망, 모래속에 파묻힌 해안초소 등 잔존 군사시설물들은 아름답고 푸르게 출렁이는 파도의 자유와 대조를 이루며, 애달프고 억압된 역사를 표출하고 있다.   
1850년 프랑스에서 목초지와 가축을 관리하기 위해 처음 발명된 철조망은 이후 미국에서 서부 개척시대 철도 건설 붐과 함께 산업으로서 급성장하게 된다. 개척시대의 꽃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철조망은, 그러나 대초원을 가로지르고 통제하며, 대대로 사냥을 했던 아메리칸 원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을 빼앗아 가는 ‘악마의 줄’일 뿐이었다. 통제와 억압의 수단인 철조망은 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그 무자비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연합군과 독일의 최대 전투 중 하나인 솜 전쟁에서 영국군은 작전 개시 첫날, 독일이 만든 철조망에 갇혀 6만여 명의 큰 사상자를 냈다. 신체에 닿으면 치명적인 전류가 흐르는 유대인 수용소의 전기 철조망은 잔혹함의 상징이 되었다. 
전세계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긴 철조망이 처져있다. 휴전선뿐만 아니라 동해와 서해 곳곳에 아직 남아있는 이 흉측한 물건은 분단의 아픈 현실을 처절하게 대변하는 상징물이다. 1953년 7월 휴전 이후 고성은 접경지역이란 이유로 북한군 침투 방어를 목적으로 해안선에 철조망이 설치됐다.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반세기 동안 해안선 출입제한으로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고통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이데올로기 시대의 종막과 평화통일 화해 분위기 조성으로 해안선 철조망 철거 등 출입이 완화되었다. 
수십년을 거치며 녹슬고 부식되어 훼손된 채 방치되어 있는 철조망은 경계선으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DMZ와는 또다른 분단의 애달픈 현장이다. 
이진수 작가는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해안선 철조망과 그 파편들은 하나의 풍경이지만 우리들의 자국으로, 아물어가는 상처로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춘천 등에서 30년간 공직생활을 하고 퇴직해 지난해 7월 고성의 대진리에 고성평화지역아트센터를 열었다. 현재 강원사진예술회 소속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지산 기자 haareezee@hanmail.net


이진수 작가

 


이진수 사진작가의 ‘이데올로기 경계선과 그 파편들’ 전시 작품.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지 산 (haareezee@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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