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내년 1월 출산을 앞두고 있는 예비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임신 초기에 속초의료원 산부인과를 갔다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임신부들과 여러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의료진에 대한 불신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의료원에서 실제 분만하는 건수가 사실상 적어지고 있고, 많은 임신부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다. 저도 의료원 산부인과를 다니다 지금은 다른 산부인과를 다니고 있고, 출산은 의료원이 아닌 강릉에 있는 산부인과에서 할 예정이다. 더욱이 지역에 번듯한 산후조리원도 없고 큰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많은 분들이 원정출산에 나서고 있고, 사실상 분만 취약지라고 봐도 무관할 만큼 많은 관심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전국적으로 사망인구가 출생인구를 앞지르는 인구 자연감소 현상이 이어짐에 따라, 출산장려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속초지역 내 민간이 운영하던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이 저출산을 이유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다가 모두 폐쇄가 되었다.
산모들의 출산 부담증가와 이로 인한 출산기피 및 출산율 감소의 우려 속에서 강원도와 설악권 4개 시·군이 주민들의 관심 속에 함께 분담하여 14억5,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2020년 10월 5일 속초의료원 내에 의사 2명, 간호사 8명, 간호조무사 2명으로 분만산부인과 운영에 들어갔고, 잇따라 출산이 이뤄지고 있어, 분만의료 공백 해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의사 1명, 간호사 3명 부족)
필자는 속초시를 포함한 설악권 4개 시군의 임신부들의 이용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분만산부인과 운영일부터 올해 7월말까지 자료를 요구해 분석해봤다.
우선 속초의료원 전체 분만건수는 2020년(10.5~12.31) 12건, 2021년(1.1~7.31) 32건으로 총44건이었다. 2020년도 12건을 산모의 거주지역으로 구분하면, 속초 7건, 인제 1건, 고성 2건, 양양 1건, 기타 1건으로 파악되었고, 2021년도 32건은 속초 18건, 인제 2건, 고성 7건, 양양 4건, 기타 1건이었다. 속초만 보면 개원 이후 현재까지 25건의 분만이 있었다.
그럼 같은 기간 속초시 출생아는 몇 명이었을까. 확인해보니 2020년(10.5~12.31) 107명, 2021년(1.1~7.31) 213명으로 총 320명이 태어났다. 결국 320명 중 25명만 의료원 분만산부인과에서 출생했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는 7.8%로 이용률이 상당히 저조하다.
의료원 분만산부인과를 운영하려면 매년 10억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다. 이중 속초시 부담액은 6억원 정도이다.
분만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정책을 예산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필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어렵게 만든 의료원 산부인과를 우리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게끔 해야 할 책무는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 산부인과에 비해 시설이 미흡한 것은 없는지, 의료진에 대한 임신부들의 평가가 어떤지, 그리고 개선책은 없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출산 후 산모와 아이를 함께 돌보는 최상의 산후조리원 설치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속초시에 의하면 공공산부인과와 연계하여 시너지효과 극대화는 물론 최고 수준의 산모 및 신생아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며, 속초의료원 유휴부지인 영랑동 594-4일원에 8~10실 규모의 산후조리원 건립 목표를 세웠고, 건립금액은 30억원으로 추정했다.
강원도에 건의를 하고, 추후 공모를 통해 현재 확보된 도비 6억원에 미확보된 24억원에 대해 속초 시비를 투입하기에는 부담이 되므로 국비확보를 건의하여 해결하기로 했으나, 최근 국비지원이 힘들 것 같다는 의견을 듣고, 강원도와 협의하여 내년 당초예산편성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도비, 시비 절반 예상)
출산 후 산모 및 신생아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출산과 양육을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공공산후조리원 설치가 시급하다. 내년 당초예산 수립 계획보다 앞서 강원도와 협의하여 재원확보를 통해 조속한 건립을 촉구한다.
강정호
속초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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