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은 《행복론》에서 행복은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유쾌함은 무언가 관대한 것을 가지고 있다. (…) 받기보다는 오히려 주는 것이다. 우리가 타인의 행복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 자기가 행복해지는 일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예의란 내부에 대한 외부의 반작용에 의하여 즉각 느껴지는 외관상의 행복이다. (…) 예의 바른 사람들은 보답 받는 줄도 모르게 즉시 보답을 받는다”고 했고, 예절도 “친절한 삶이 행하는 것으로 친절도 이유 없는 행복, 샘에서 솟아나는 것처럼 존재 그 자체에서 솟아나는 행복”이라고 했다. 이처럼 알랭이 말하는 행복이란 물질적 조건이 아닌 정신적 영역으로 인간성에 대한 믿음인 것이다.
물질적 조건에 치우치는 삶 벗어나야
이는 무소유의 삶이나 정신적 만족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성인처럼 살 수 없다. 대부분 가정이 자녀 학원비와 주택대출 상환 등 당장 생활에 필요한 돈과 퇴직 이후에도 수십년을 지내야 하는 고령사회에서 필요한 노후대비에 허덕여야 하는 현실에서 정신적 만족의 강조는 현실을 모르는 배부른 자의 사치로 들릴 수 있다. 배고픔에 지친 사람이 타인에게 미소를 짓고, 개인적 고민에 휩싸인 사람에게서 친절이 우러나올 수 있는가? 특별한 사람이 아닌 이상 이러한 상황에서 타인을 배려하기 힘들다.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은 정신적 가치를 아무리 설파한다고 하더라도 물질적 토대가 무시되는 행복은 공염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질적 욕구나 외형적 수단은 반드시 갖추어져야 행복할 수 있다. 다만 물질적 조건에 치우치는 행복 추구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하워드 커틀러의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에서 “만일 만족을 얻기 위하여 바라는 것을 손에 넣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또 다른 바람으로 인하여 이것은 묻힌다. 현재 갖고 있는 것을 바라고 감사한다면 내면의 만족은 계속된다.”고 했다. 행복해지기 위해 더 많은 돈, 성공과 명예, 완전한 육체, 심지어 완벽한 배우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마음을 갖고 있으며 이 마음이라는 기본 도구만으로도 완전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 자비롭고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다. 진정으로 행복해지려면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행복을 발견하기 위한 방법과 열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을 반복해서 실천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소유보다 존재를 인정하는 삶을 살자
소유로서의 삶의 뿌리에는 ‘부와 축적에 대한 추구’라는 경제적 신분 상승의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각 개인은 자신의 소유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그러나 소유로서의 존재양식에 갇혀 개인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매번 새로운 소유물이 필요하기에 끝없는 욕망을 추구하지만 결과적으로 자기 삶의 정체성은 획득되지 않는다.
노자의 《도덕경》 제2장에서 “만물을 생육하게 하고도 소유하지 않는다. 행하고도 자랑하지 않고, 공을 이루어도 자기의 공로를 자처하지 않는다.”고 했다. 소유함이 없고, 의지함이 없고, 그 공이 크되 거기 거함이 없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위치에서 자연에 맡기며 있는 그대로 존재할 뿐이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소유양식’은 현대 산업사회, 특히 극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도적인 양식이라고 했다. 프롬은 이러한 삶의 태도에서 현대 사회의 해악이 기인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해악이 급기야 핵전쟁, 생태계 위기 등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인류는 전멸의 위기에까지 다다르고 있다는 것이다. 소유 욕구는 사회적으로 끝없는 생산과 소비의 악순환을 초래하는 결과를 보여준다고 말하고 있다.
“소유양식에서 사랑이 경험될 때 그것은 그 사람이 사랑하는 대상을 제한하고 감금하고 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생명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목을 조르고 질식시키며 죽이는 행위”라고 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도 자식을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보지 않고, 부모의 대리 만족의 대상으로 소유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즉 현대의 물질문명, 소비지상주의의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를 잃어 가고 있는 현대인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대인은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 비싼 자동차, 좋은 아파트 같은 물건을 소유하고 소비하는 데 눈먼 채 무엇인가에 사로잡혀 존재 위기에 처해 있지만 그것마저 모르거나 혹은 알아도 은폐하려 한다. 그는 “존재적 실존 양식에서 행복은 사랑하고 나누며 베푸는 것에 놓여 있다”라고 한다. 따라서 행복은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나누는 데서 찾아야 한다. 진정한 삶을 위해서는 삶의 자세를 ‘소유 지향’에서 ‘존재 양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계속>
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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