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52년 최초로 지방자치가 시행되었다가 중단된 이래 30년 만인 1991년도에 지방자치가 부활 되어 현재 20여 년이 지나오고 있다.
지방자치의 출발로 지방의회가 출범되고 자치단체장이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등 외형적인 지방자치의 틀은 갖추어졌으나, 실질적으로는 아직도 중앙에 권한과 재원, 인재가 집중되어 있는 등 아직도 미완의 틀은 남아있다.
이처럼 지방자치가 더디게 진행되는 근본 이유 중의 하나는 아직도 사회구성원들이 중앙집권적 사고방식에서 탈피하지 못 한 것에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동안 중앙집권적 통치체제를 유지하여 왔기 때문에 가치의 기준과 형태의 기본을 중앙적이고 획일적이며 계서적인 것에 두는 것이 보편화되어왔다. 이러한 사고와 형태가 지속되고 있는 원인을 보면, 지방자치의 실시 기간이 일천한데도 그 원인이 있지만, 지방자치제 시행 당시 중앙과 시·군 간의 권한과 책임이 불분명하고 효율성에 기초하지 못하는 등 제도적인 면에서 어중간한 구조로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자치제도는 미완의 구조를 갖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만 주민 스스로 선출하지 그 외에 지방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거의 없다. 그 결과 중앙과 지방의 협력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며 국가 경쟁력도 한계에 도달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의 단면을 보면 사무 배분이 대부분 (73%) 국가 위주로 되어있고 국가 사무와 지방 사무의 관계도 모호하며 책임 관계도 불분명하여 사무의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재원 역시 대부분(80%) 국가 위주로 되어있고 지방 세원은 재산세 위주로 되어있어 지방은 국가에 종속하게 되며 스스로 노력에 의해 세원을 확충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또 지방에 조례 제정권은 있지만, 범위를 법령의 범위 내로 한정해 놓고 주민의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은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가능 하도록 되어 있어 지방이 스스로 지역 실정에 맞는 제대로 된 조례 하나 만들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인사도 대부분 법령으로 기준을 정해놓고 있어 지역 실정에 맞고 시대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운영 방법이 없다. 지방 경찰제는 아예 없고 자치 교육제도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중앙은 6000여개의 특별지방 행정기관을 설치해 놓고 운영하고 있어 지방이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이다. 마치 손발은 있지만 중요한 부분은 모두 다 묶여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의 창의성과 자율성 그리고 책임성을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 고기를 얻으려는 것”(緣木求魚)과 같다. 지방의 발전과 효율성을 기대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주소이다.
장세호
전 속초시 지방행정 동우회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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