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을 이재민들이 냈는가? 그런데 이재민들이 왜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이재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아주 간단하다. 원상복구, 원상복귀이다. 이젠 답을 주어야 한다.
2019년 4월 4일 전신주에서 발화된 불꽃으로 속초·고성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햇수로 3년이 되었다. 두 번째 겨울을 지나 현재는 산불이 발생된 그 시기에 와 있다.
이 산불로 산림 1,267ha가 잿더미로 변했고 1,5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이재민 중 180여 세대는 아직도 임시주택에서 머물고 있으며, 이들은 다른 곳으로의 이주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에 거주하던 주택과 비슷한 규모로 주택을 구하려면 큰 목돈이 들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마무리되지 않은 보상금 지급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당초 한전측은 피해액의 60%인 1,040여억원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지급된 금액은 550여억원에 불과하다. 산불 원인제공자로 지목된 한전이 정부가 이미 지급한 재난 지원금까지 구상권 청구로 배상하게 되면 손해를 입는다는 이유로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제외한 금액을 지급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전과 피해 주민들의 의견이 충돌했고, 지난해 말 합의를 목표로 정부와 강원도, 한전이 3자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압수수색과 현장검증, 한국강구조학회 감정의뢰 등을 진행한 결과 업무상 실화와 과실치상 및 산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한전 전 속초지사장과 전력공급팀장 등 전·현직 한전 직원 7명을 불구속 기소하였다. 한전의 부실한 관리가 산불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다.
산불 발생 2년 만인 지난 4월 1일 오후 2시, 산불 관련 첫 형사재판이 속초지원에서 시작되었다. 재판의 결과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 아직은 예단할 수 없으나, 최초 발화 모습을 찍은 블랙박스 영상과 검찰의 수사 결과는 산불이 한전의 잘못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피해주민들은 한전의 피해조사 결과에 따른 보상금을 당초 계획대로 주민에게 신속히 지급하고, 정부의 한전에 대한 구상권 청구는 철회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은 우리 시민은 누구와 싸워야하고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는가? 팔순이 넘은 어머니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서른이 넘은 아들을 보살피며 임시 주택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채 언제 돌아갈지 모를 현실 속에서 법리 다툼만 하는 동안 그들의 삶은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과연 한전본사에서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이렇게 남 탓만 하면서 논쟁할 것인가?
그 긴 시간 동안 한전본사, 속초시, 강원도, 국회, 정부, 여당, 야당, 청와대 등 갈 수 있는 모든 곳을 찾아가 호소하고 간절히 도움을 청한 피해 주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아주 간단하다. 원상복구, 원상복귀이다. 이젠 그들을 그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김명길
속초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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