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산불이 발생한 지 1년 9개월 만에 검찰이 업무상 실화 등의 혐의로 한전 관계자들을 기소했으나 산불 피해주민들은 부실 기소라며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춘천지방검찰청 속초지청은 2019년 4월 발생한 대형 산불과 관련해 업무상실화와 업무상과실치상,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전 한전 속초지사장 등 7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전 한전 속초지사장 등은 전신주를 방만하게 관리해 전선이 끊어지면서 아크(전기불꽃)가 발생, 산불로 번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4.4산불비대위는 기소 사실이 알려진 지난 7일 바로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기소내용을 비판했다. 4.4산불비대위 김경혁 위원장은 입장문에서 “산불로 인하여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막대한 재산과 산림훼손으로 화재발생 지역을 회생불능으로 만들어 버린 대한민국 최대 화재사건임을 감안한다면 이번 검찰의 수사 발표는 너무도 어이없는 내용”이고 지적했다. 특히,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을 과실치사가 아닌 과실치상을 적용하고, 수사 경찰이 구속수사 의견을 냈음에도 속초지청이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불구속기소한 점을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검찰의 이러한 행태로 인하여 한전의 중과실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 원상복구에 준하는 피해배상을 요구해야 할 협상에 막대한 영향력이 미치게 되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고성속초산림비대위는 지난 13일, 검찰의 기소에 대해 성명서를 냈다. 산림비대위는 “전선 관리 점검을 철저히 하라는 지침에도 불구하고 점검하지 않아 이로 인한 하자로 수천억의 재산피해와 1천여 명의 피해민이 발생한 것은 분명한 중과실이며 고의성 있는 화재”라고 지적하고 “이번 기소로 한전은 피해민들을 만만히 대하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하며 사건의 재수사와 관계자 구속을 촉구했다.
‘고성 이재민 비상대책위원회’(고성비대위)의 노장현 위원장은 “경찰 조사가 끝나고도 장시간 기소하지 않은 것으로 보면 검찰이 한전 눈치를 본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이재민들의 고통을 안다면 검찰이 이제야 기소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검찰의 한전 처벌 의지를 의심했다.
한편, 산불피해 주민에 대한 한전의 보상 문제는 현재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기존에 행정안전부는 한전에 대한 구상권 청구 의사를 밝히면서 한전의 피해 보상은 임야피해 주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에 진전이 있었을 뿐 피해 규모가 큰 이재민에 대한 보상은 미뤄졌다.
그런데 최근 정부-강원도-한전 3자 협의체를 거치며 행안부가 내부 검토에 들어가 구상권 청구 입장이 변화될 가능성이 생겼다. 3자 협의체는 산불피해 주민 보상과 관련해 작년 10월부터 연말까지 협의를 진행했다. 3자 협의체에서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으나, 이를 계기로 행안부는 구상권 청구 여부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에 따르면 행안부는 보상 진행이 신속하게 진행되길 바라는 도의 입장을 고려해 빠르면 이달 말까지 구상권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