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속초·고성 대형 산불로 인해 1,000여명의 이재민과 중소상공인이 피해를 입고 2,000ha에 가까운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기억하기조차 싫은 안타까운 화재사건이다.
고성군 소재 한 주유소 인근의 전신주가 강풍으로 인한 최초 발화지점으로 개폐기 시설에 설치돼 있는 3가닥의 리드선 중 하나에서 외부적 요인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것은 굉장한 고압이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했고, 특히 동해안은 바람으로 인한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며 2000년에도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가 소홀했다는 점에서 많은 지적을 받았었다.
당시 화마에 휩싸인 속초·고성 산불현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아픔을 함께한다며 보상과 안정자금을 약속했고,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화재사건 이후 주택과 창고 등 피해액은 고성군이 2,071억원, 속초시는 984억원으로 모두 3,054억원이었다.
한전 개폐기에서 발화된 만큼 배상책임은 전적으로 한전에 있다고 2019년 10월 11일자로 국회 산업통상위 윤한홍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가 있고, 한전 역시 입장문을 통해 화재에 대해 사과하고 이재민 피해보상을 신속하고 성실하게 이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허공에 떠다니고 있다.
산불 발생 후 매일 떠들썩하게 정치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이재민들과 중소상공인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부풀었으나 산불이 발생한 지 2년이 가까워오고 2021년 새해를 맞은 지금, 피해보상이 답보상태로 지지부진해 안타까울 뿐이다.
화재 피해 이후 생업을 뒤로한 채 한전 속초지사 앞에 천막을 치고 국회와 관계기관을 전전하며 피해보상을 호소한 이재민들은 두 번이나 해가 바뀌고 현장을 찾았던 정치인들의 모습이 아련해진 상황에서 피눈물로 땅을 치며 누구를 원망하고 있을까?
한전 측의 면피용 협상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어 소송에 나선 피해민만 해도 150여명에 달하고 아직도 컨테이너 임시거주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재민들도 있다.
그들의 마음이 황폐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 정부, 한전, 강원도가 참여한 2019강원산불구상권협의체가 최종합의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협의체는 기관별로 내부검토를 거친 뒤 한전의 책임범위를 최종 발표할 것이지만 혹시나 한전의 과실 자체를 강풍으로 인한 산불 확산으로 몰고 간다면 한전의 과실요율 100%를 주장하는 비대위와 배치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어 우려된다.
한전은 구상권 문제와 관계없이 이재민들과 협의한 손해사정금액 60%를 즉시 지급하고 구상권은 국가가 한전에 청구해야 한다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주장을 받아들여야한다. 지쳐 있는 이재민들이 시간이 지나면 포기하고 흩어지기를 바라는 ‘시간 끌기’로 지연하는 꼼수를 부려서는 국민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힘없는 산불 이재민과 중소상공인들이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자체적으로 보상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전이라는 거대한 벽이 너무 높다. 2년 전 그때 화재현장을 찾아 손을 잡아 주었던 정부 관계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책임 있는 약속이행이 절실할 때이다. 국민이 있기에 나라가 존재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던 ‘사람이 먼저다’는 2019년 4월 현장에 찾아와 지금 외롭게 울부짖고 있는 화재 이재민과 중소상공인들에게 정부가 피해보상을 해결해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우리 국민이다. 이제라도 화재 이재민들과 중소상공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보상협의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비상대책위원회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길 간절히 기대한다.
김진기
전 속초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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