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국가정원의 개념
②국가정원의 현황
③국가정원으로 가는 길 - 지방정원
④지역발전의 시사점
순천만국가정원의 성공 이후 현재 여러 지자체가 국가정원을 관광산업 활성화와 지역경제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순천의 관광을 활성화하고 지역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순천만국가정원에는 작년 한 해 동안 616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방문객이 다녀갔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순천만국가정원의 생산유발효과는 8,165억원, 부가가치효과는 2,619억원이다.
국가정원의 경제적 효과에 주목하는 이들이 있는 한편으로 국가정원이 가지는 환경친화적 특성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인위적인 개발보다는 되도록 자연 상태로 두거나, 또는 재자연화해 이를 관광과 지역경제에 활용하자는 관점에서 국가정원에 관심을 둔다.
국가·지방정원, 두 가지 모델
국가정원 1호인 순천만국가정원과 2호인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은 묘한 대비를 보여준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위치가 시가지 외곽이고 입장료가 있으며 이용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다. 야생동물원과 왕복열차, 관람차가 있어 놀이동산의 분위기도 난다. 순천만국가정원은 그 위치상 주민들의 일상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밖에 없고 특별한 날 찾아가는 서울대공원 같은 테마파크의 느낌을 준다.
태화강국가정원은 도심 한가운데 있는 데다 입장료가 없고 정해진 이용시간이 없이 24시간 개방돼 언제나 찾아갈 수 있다. 인공시설이 두드러지지 않고 면적 대부분이 숲과 정원이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일상 속에서 시민 누구나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도시생태공원의 성격이 강하다.
현재 전국에 2개밖에 없는 지방정원인 양평 세미원과 담양 죽녹원은 주민의 접근성을 보면 순천만국가정원과 비슷하다. 양평 세미원은 양평 양수리의 한적한 곳에 있다. 죽녹원은 담양읍의 시가지 가까운 곳에 있지만, 입장료가 있는 데다 운영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주민의 일상과 함께하는 공간이라 하기 어렵다.
도시의 역사를 보면 순천만국가정원과 태화강국가정원은 그 성립배경이 다르다. 순천만국가정원은 23개국이 참가한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위해 조성됐고 이듬해 영구 개장했다. 태화강국가정원은 태화강을 살리기 위한 민관의 오랜 노력에 더해 아파트단지 조성을 막은 주민들의 노력이 그 탄생 배경이다. 성립배경의 차이는 특성의 차이로 연결됐다.
지역산업과 연결된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국가정원과 태화강국가정원은 둘 다 환경친화적인 면이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부분도 차이가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에는 생태관광체험학습센터가 있어 생태교육을 담당한다. 이곳에서는 습지, 갯벌, 동식물 관찰, 생태문화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태화강국가정원에도 생태교육프로그램이 있지만 순천만국가정원의 교육이 더 풍부하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위치 자체가 환경친화적이다. 인구 114만 명인 대한민국의 대표적 공업도시 울산의 한가운데에 숲과 정원이 있다는 것은 그 의미를 배가한다. 수십 년에 걸쳐 오염된 강을 정화하고 탄생하게 된 그 역사는 환경친화적인 산업도시가 가능하다는 교훈을 전한다.
순천만국가정원에는 정원산업 지원 시설이 있으나 태화강국가정원에는 이런 시설이 없다. 순천만국가정원 한쪽에 2018년 4월에 문을 연 순천시정원지원센터는 시민 대상의 정원 조성 교육 외에 정원 표준모델 개발 등 연구 기능도 맡고 있으며 정원제품 개발, 조경수 생산 농가 및 정원산업업체 경영컨설팅 등 정원산업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순천에는 조경수 생산 농가가 많아 순천시정원지원센터가 지역경제와 긴밀하게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순천만국가정원과 태화강국가정원은 둘 다 국가정원이지만 이렇듯 대조점이 있다.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은 대도시의 발전이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거대 도시의 도심지에 시민에 개방된 녹지를 조성하는 것은 환경에도 인간에게도 모두 이로운 일이다. 도시에 녹지가 넓어지면 열섬현상이 줄고 미세먼지 저감에도 도움이 된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지방 소도시가 지역발전에 있어 참고할 점들을 보여준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유명 관광지로서 도시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산업과 연계됨으로써 지역발전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국가정원 추진 시 고려할 점
현재 조성된 국가정원과 지방정원은 개성이 뚜렷하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이국적으로 잘 다듬어진 정원을 갖춘 테마파크의 성격이 있고 지역산업 발전을 뒷받침한다. 태화강국가정원은 거대 도시의 주민 휴식 공간이다. 세미원에는 연꽃, 수련, 연못이 가득해 중심 소재를 잘 살린 특징이 있다. 죽녹원은 정원에 인공적인 손길을 자제했고 우리 고유의 문학과 전통정원의 멋을 보여주는 시가문화촌이 있으며 한옥숙박 시설이 들어서 있다.
후발 주자는 이들의 장점을 조합해 지역의 특성을 더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에서는 산업 연계성을 배울 수 있고 태화강국가정원을 통해서는 사업 진행에서 시민참여가 중요하고 국가정원이 관광지이되 주민들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는 공간이 돼야 함을 알 수 있다.
국가정원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부지 확보가 중요하다. 현재 전국 23개 지자체에서 지방정원을 조성 중인데 국가정원을 추진하면서 부지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여럿 있다. 지방정원은 10ha만 넘으면 등록 조건이 되지만, 국가정원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30ha 이상이어야 한다. 따라서 국가정원을 지향한다면 처음부터 30ha 이상의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차후의 난항을 줄일 수 있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고성에서 적극적인 관광 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다. 농수산업이 사양길을 걸은 지 오래되면서 많은 이들이 정체된 지역경제를 살릴 대안으로 관광을 얘기한다. 그런데 그 방향성에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흔히들 ‘관광 개발’ 하면 호텔을 짓고 오락시설을 만들고 대형 공사로 건물과 구조물을 건설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런 식의 관광 개발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크다. 생태와 자연환경을 고려하지 않거나 파괴하는 방식의 개발은 인간의 생존마저도 위협할 수밖에 없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관광과 생태의 조화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환경친화적인 국가정원은 관광 개발을 위해서 한번 고려해볼 만한 것이다. 물론 국가정원을 한다면서 무분별하게 인공시설을 설치한다면 그것을 생태 친화적이라 할 수는 없다.
고성을 비롯해 설악권은 설악산뿐만 아니라 동해, 석호, 지질공원 등 자연관광자원이 풍부하다. 그리고 분단의 상처이지만 자연생태가 잘 보존된 DMZ도 있다. 이런 곳에 국가정원이 들어선다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기존 국가정원, 지방정원과는 또 다른 개성적인 공간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지역의 정원 관련 산업을 지원하는 순천시정원지원센터(사진 – 순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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