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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 칼럼 / 괜찮아, 잘 될 거야
등록날짜 [ 2020년11월09일 10시10분 ]
비행기로 4시간 거리에 떨어진 나라에서 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온 친구와 우거지 감자탕에 소주를 시키고 앉았다. 직격탄을 맞은 여행 관련업에 오래 몸담고 있었던 터라, 입은 피해가 크다 했다. 귀국해서는 석 달 가량 태백산맥을 헤집고 다녔다고 했다. 날씬한 듯 수척했다. 그래도, 멀쩡한 얼굴 보니 턱 없이 반가웠다.
술잔을 채우며 우리는 26년 전을 소환했다. 그 무렵, 우리는 군대를 제대 후 복학해 머지않아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할 때였다. 고만고만 없는 집안에 대학이 뭐라고, 부모 등골 빼가며 학교를 다니던 우리는 조만간 ‘무언가 되어야 한다’는 안팎의 기대와 녹록지 않은 현실을 안주삼아 꼭 오늘처럼 소주잔을 비우곤 했다.
지하철 계단을 오르면, 세상 걱정 없는 명랑한 얼굴들이 문화와 예술의 중심인 거리 곳곳에 흘러넘쳤다. 이들과 최대한 마주치지 않도록 북쪽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 언덕 길을 한참 오르면, 친구의 자취방이자 내게는 아지트이자 피난처가 있었다.
언덕배기에 자리한 반지하 자취방은 지상의 그것에 비해 월세가 1/3 가량 저렴했다. 게다가 조금만 걸어가면 서울 중심에 닿을 수 있는 입지. 심지어 친구만큼 허물없는 세 녀석이 반지하층에서 나란히 자취를 하고 있었으니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 수 없었다.
핸드폰은커녕, 삐삐도 채 안 나왔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신기하게도 어찌어찌 연락해 사방에 흩어져 살던 친구들이 귀신같이 모여 들었다. 다들 마음 한편에 외등 하나씩 달고 있었던 걸까? 외등이 하나 둘 모이면 덜 외롭고 덜 추웠다. 그렇게 한번 모이면  연이틀은 족히 통음을 하고 충혈된 눈으로 각자의 전장으로 돌아갔다. 따로 말하진 않았지만 우리는 희미한 연대 의식이 있었다. 나만 가난하고 외롭고 힘들지 않다는….
그 당시 나이만큼의 시간이 그새 흘렀고, 우리는 각자의 터전을 일구며 입때껏 버텨왔다. 살다보니 사오정, 오륙도라는 유행어의 장본인으로, 라떼를 좋아하는 꼰대가 되어 버렸다. 심지어 코로나19라는 지구적 재난까지 겪다보니 심정적으로는 26년 전, 그 시절만큼이나 마음이 팍팍해짐을 느낀다.
어떻게 살아야할까? 하루에도 몇 번씩 막막한 생각이 머리를 지나간다. 다른 점은, 26년 전보다 챙겨야 할 숟가락 숫자가 많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고작 두세 개 숟가락 걱정이 당시였다면, 그보다 몇 배의 숟가락을 챙겨야 한다. 그나마 당시는 터무니없는 낙관과 열정 비슷한 것이라도 있었다. 지금은 몸과 마음이 어딘가 빠르게 무너져간다는 걸 희미하게 알아차릴 뿐이다.
친구와 나는 한 병씩의 소주를 나눠 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가운 늦가을 바람이 상기된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가게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에 비친 친구 얼굴에 내린 주름이 새삼스럽다. 괜찮아. 괜찮았잖아. 잘 될 거야. 친구에게, 아니 나에게 중얼거렸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오성택
설악프로방스배꽃마을 대표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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