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항이 대형 크루즈 선박 유치에 한계가 있다는 예상을 깨고 지난 17일 7만5,000톤급 대형 크루즈선이 성공적으로 취항함으로써 입출항에 문제가 없자, 속초항을 환동해권 크루즈관광 거점항으로 만들겠다는 강원도환동해본부와 속초시의 행보에 탄력이 붙게 됐다.
시는 이번 코스타 빅토리아호의 입항으로 해수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크루즈 모델 개발지로서의 입지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해수부는 5년 단위의 크루즈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한국형 신 크루즈항로 개발 모델로 속초항과 부산항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속초 ․ 부산을 출항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일본 니카타 ․ 사카이마나토를 거쳐 다시 속초나 부산항으로 돌아오는 항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시는 크루즈선박의 대형화 추세에 맞춰 해수부의 제3차 전국무역항 기본계획에 10만톤급 크루즈부두 건설을 건의한 상태다.
크루즈관광산업이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황금 시장’으로 인식돼 사업규모가 매년 늘어나면서 이번 시범운항이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속초시보다 먼저 크루즈사업에 뛰어든 제주, 부산 등 다른 도시의 사례에서도 나타난 잠시 들렀다만 가는 ‘한나절 관광’과 면세점과 쇼핑몰에 몰려 정작 주변 지역경기에는 도움이 안 되는 ‘미미한 지역경제 효과’ 등의 문제점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크루즈관광산업 비약적 성장
해양수산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신 해양산업 육성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1차 크루즈산업 육성 기본계획에서 오는 2020년 세계 크루즈관광객(모항 기준)을 3,110만명으로 예상하고 연평균 5.3% 이상 성장세를 전망했다.
지난 2009년~2014년까지 5년간 세계 크루즈 관광객은 연평균 5.1% 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규모는 연간 운임기준으로 39조원(332억 달러)대에 이른다고 했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크루즈관광산업 성장세는 더욱 두드려져 해수부는 2009년~2014년까지 아시아 크루즈 관광객은 세계 평균보다 높은 연평균 9.1%의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규모도 2조4,000억원(2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해수부는 2020년 아시아 크루즈 관광객을 532만명으로 예상하고, 연평균 20%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 일본, 중국 기항지 관광객이 319만명에 달하는 등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는 국내 시장 또한 우리 국적의 크루즈선이 취항하는 내년부터는 비약적으로 증가해 2020년까지 국내 모항을 이용하는 크루즈 관광객이 20여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증가세를 반영하듯 해수부가 분석한 기항지 크루즈 관광객 추이 및 유치 자료를 보면, 2005년 3,000명에 불과하던 제주 관광객은 2016년 100만명, 2020년 2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부산 또한 2009년 2만7,000명에서 2020년 60만명으로, 인천은 2009년 9,000명에서 2020년 37만명~46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속초 ․ 동해도 2016년 3,000명에서 2020년 1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해수부는 크루즈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난해부터 속초와 여수항을 잠재력 있는 신규 기항지로 개발 중이며, 속초의 경우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와 연계해 연 10항차 이상 운항한다는 계획이다.
■지역경제와 연계 방안 찾아야
크루즈관광산업이 ‘황금시장’으로 인식되면서 크루즈시장에 뛰어든 지자체들의 크루즈선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크루즈 관광시장이 올해 1조5,000억원에서 내년엔 2조5,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지자체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폭발적 성장에도 크루즈산업이 정작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제 크루즈관광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속초시가 눈 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크루즈 관광객들이 잠시 들렀다 가는 ‘한나절 관광’이란 점이다. 여기에다 대부분 면세점과 쇼핑몰에만 몰려 정작 지역경기 활성화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중순 인천항에 도착한 중국 크루즈 관광객들의 경우 4,500명 중 4명만이 인천 차이나타운과 을미도를 도는 관광코스를 신청했을 뿐, 대부분은 서울에 있는 면세점으로 발길을 옮겨, 현지에서도 지역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크루즈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는 면세점 등과 같은 쇼핑시설이 전무한 속초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크루즈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지역 특색에 맞고 인근 지역과 연계한 광범위한 상품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 크루즈선의 대형화 추세에 맞춰 현재 진행 중인 속초항만 확충 등의 인프라 확충사업 또한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해수부에 건의한 제3차 전국 무역항 기본계획에 10만톤급 크르즈부두 건설계획이 다음달 확정되고 현재 공사 중인 여객터미널이 내년 중반기 완공되면 크루즈 관광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지난 17일 오전 속초항으로 입항하는 이탈리아 선적의 7만5,000톤급 코스타 빅토리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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