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인사 / 지난 1965년부터 개업했던 동제약국을 2월 말일로 폐업하고자 합니다. 그간 시민 여러분의 물심양면 협력에 힘입어 무사히 55년간 운영해 왔다고 생각하며,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속초시내 중심가에 자리잡은 동제약국이 55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문을 닫는다. 약사 김충호(82) 씨는 오는 2월말 동제약국을 폐업하기로 하고 최근 매장 전면에 폐업인사를 내걸었다.
김 약사는 지난 1965년 12월 속초 청학동에서 ‘동광약국’으로 개업해 1978년 1월 속초시 중앙동 121로 이전하면서 상호를 ‘동제약국’으로 변경해 지금까지 운영해 왔다. 양양 출신으로 동양의약대학을 나온 김 약사는 1965년 양부 박태송씨가 운영하던 양양의 ‘동광양조장’ 이름을 따서 ‘동광약국’을 개업했다. 당시 부인 박정은씨와 결혼하고 속초수협에서 50만원의 돈을 빌려 청학동에 약국을 개업했는데, 약국 뒤에 두 사람이 간신히 누울 정도 크기의 쪽방에서 숙식을 했다. 이후 약국이 성업해 현 위치로 이전하면서 ‘동쪽으로 건너가다’라는 뜻으로 약국 이름을 ‘동제약국’으로 변경했다.
김 약사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마칠 수 있게 도와준 양부 박태송씨의 보은에 보답하고자 약국 운영 수입으로 장학기금을 조성해서 지난 1982년 장학재단 ‘충정장학회’를 설립했다. 충정장학회는 가난한 속초·양양 출신 대학생에게 4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해 왔는데, 올해까지 장학생 47명에게 총 3억2천여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아울러 1969년 속초라이온스클럽 입회를 시작으로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적극 나서 1990년에는 라이온스강원지구 총재를 역임했다. 1987년 전국약사대회에서 ‘약사봉사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속초시약사회 회장직을 지난해 초까지 20년간 맡아왔다.
김 약사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일반의약품만 판매해 오면서도 오후 11시 30분까지 휴일도 없이 항상 약국 문을 열었으며, 6개월 전부터 저녁 10시 30분까지 문을 열었다. 최근 건강이 나빠진데다 도심 공동화로 2,3층 건물이 비어있던 차에 임대 희망자가 나타나서 부득이 약국을 접게 되었다.
평생의 업을 정리하는 김충호씨는 “단순히 약만 파는 게 아니라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으로 약국을 운영해 왔다”며, “속초시민들이 많이 사랑해 주셔서 장학회도 만들고 사회봉사도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엄경선 전문기자
2월말 폐업을 앞둔 동제약국 앞에 선 김충호, 박정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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