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지역에 때아닌 겨울비가 내리면서 눈썰매장을 위탁 운영하는 속초시시설관리공단과 식수공급 및 산불 예방 부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설관리공단은 포근한 겨울 날씨 속에 어렵게 만든 인공 눈이 빗물에 녹을까 봐 천막을 덮고 인공눈 사수에 나선 반면, 상수도사업소와 공원녹지과는 때 아닌 겨울비에 식수 위기 및 산불 발생 위험이 사라져 안도하고 있다.
속초시에 따르면 지난 6일 밤부터 8일 오후 사이 시내 110㎜, 설악동 103㎜의 많은 비가 내렸다. 설악산 중청봉에는 10㎝ 가량의 눈까지 쌓였다. 시는 한겨울에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많은 겨울비가 내리자 눈썰매장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시설관리공단은 비상이 걸렸다. 비 소식이 있던 지난 6일부터 눈썰매장 위에 일찌감치 천막 덮개를 씌우고 인공눈 사수에 들어갔다. 하지만 8일 오전 강한 비바람에 눈썰매장 위에 깔아 놓은 천막들이 벗겨지자 비바람 속에 다시 천막을 설치해야 했다.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인공 눈이 녹으면 눈썰매장 운영에 필요한 눈을 다시 만드는데 꼬박 하루 넘게 걸려 비바람 속에도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올겨울은 유난히 포근한 날씨로 제설기로 인공 눈을 만드는데도 애를 먹었는데 비까지 내려 애가 탄다”고 하소연했다.
시설관리공단은 비가 그치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자 9일부터 제설기를 가동해 다시 눈 만들기에 들어갔다.
시설관리공단은 지난달 10일부터 유아용과 초등학생용 등 2개 코스의 눈썰매장을 만들어 운영해 오고 있다.
반면, 매년 이맘때면 겨울가뭄에 제한급수를 고민해야 했던 상수도사업소는 때 아닌 겨울비를 반기고 있다.
상수도사업소는 “주 취수원인 쌍천 세월교 위를 흐르는 유수량이 조금씩 말라가고 있어 겨울 가뭄에 대비해 비상취수 가동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때마침 비가 내려 모든 상황이 해소됐다”고 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5일 시내 71㎜, 설악동 38㎜의 비가 내린 후 50여일 가까이 무강우가 계속되고 있었다. 이에 시는 새해 들어 세월교의 유수량 수위를 측정하며 비상취수를 검토하는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다.
속초시는 지난 2018년 연초 무강우가 120여일째 이어지면서 한 달여 동안 제한급수가 실시됐고, 지난해 연초에도 겨울가뭄으로 비상취수시설 가동에 들어가기도 했다.
상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이번 비로 1년 중 물 사용량이 가장 많은 설날 연휴 기간은 물론 오는 4월까지는 물 걱정이 없을 것 같다”며 “한겨울에 많은 비가 내려 비상급수 취수 계획을 철회한 것은 처음이다”고 했다.
건조한 날씨로 지난해 연말과 새해 들어 춘천과 고성에서 잇따라 산불이 발행하자 예년보다 20일 앞당겨 산불전문진화대원들을 산불 발생 취약지에 전진 배치했던 공원녹지과도 겨울비를 반겼다.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이번 겨울비로 산불 발생 위험이 크게 해소됐지만, 농촌마을의 경우 이 시기를 이용해 소각행위를 하는 주민들도 있을 수 있어 예찰활동을 강화하는 등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지난 8일 오전 속초시시설관리공단 직원들이 눈썰매장 위에 천막 덮개를 씌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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