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양양군 연어산업화의 현주소
②고성군 은연어 양식사업 어디까지 왔나
③노르웨이 하베스트 북대서양 연어, 한국
식탁 점령하다
④일본 무라카미의 연어산업화 성공 사례
⑤무라카미 연어가공산업의 현주소 및 발전
전략
⑥무라카미 연어의 경제적 파급효과 진단
⑦연어산업화로 지자체 성장 동력 갖추자
연어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연어소비량이 세계 최고인 노르웨이에 버금갈 정도로 ‘국민요리의 재료’로 연어를 선호한다. 노르웨이가 양식연어로 소비량을 늘리고 있다면, 일본은 하천으로 올라온 자연산 연어와 양식연어의 조화로운 생산과 유통, 판매를 통해 일찍부터 이상적인 연어산업화를 구축했다.
일본 연어산업화의 기틀을 다진 곳이 바로 연어의 성지로 불리는 니이가타현 무라카미시다. 무라카미는 연어에 관한한 ‘일본 최초’라는 수식어를 거의 다 보유할 정도로 연어를 매개로 브랜드 가치를 키워나가고 있다. 무라카미는 1600년대부터 시작된 전통방식의 연어잡이를 씨앗으로 일본 최초로 인공부화에 성공하면서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이어 다양한 연어요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선순환구조를 150년 전부터 구축했고, 일본 최초의 연어박물관까지 조성하며 생산-판매-체험-관광을 연계하고 있다.
연어 자원량 늘리며 어획
무라카미의 연어의 고향은 양양군의 남대천보다 더 넓고 긴 미오모테천(삼면천)이다. 에도시대(1603~1867)부터 이곳으로 오르는 연어를 잡는 어업이 번성했다.
당시 하천으로 오르는 연어를 남획하면서 어획량도 들쭉날쭉해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관청 주도로 산란 후 잡도록 해 어획량 안정화를 이뤄냈다. 연어어획량이 차츰 안정화되면서 어업인들의 모임도 꾸려지고 더 많은 연어가 미오모테천을 찾도록 연어의 산란과 자연부화에 중점을 뒀다. 에도시대 정점이었던 1794년 아오토 무헤이지라는 무사가 연어의 산란장소를 더 많이 만들면 많은 연어들이 올라올 수 있다는 생각에 미오모테천에 실개천을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연어들이 수심이 얕은 실개천에도 산란하면서 이듬해부터는 연어 어획량이 크게 증가했다.
바로 그 실개천이 ‘타네가와천’으로 ‘미오모테천’에 이어 또 다른 연어의 모천으로 자리 잡게 됐다. 연어의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자연 그대로 조성한 타네가와천은 세계 최초의 연어증식 소하천으로 기록되면서 자연부화장의 시초가 됐다. 타네가와천은 양양군의 남대천 사이 실개천과도 매우 흡사하다.
무라카미시는 11월이면 미오모테천과 그 지류인 타네가와천으로 올라오는 연어 가운데 매년 4만 마리 정도만 잡아 인공 부화한 후 다양한 요리로 상품화하고 있다.
이처럼 매년 수많은 연어들이 다시 고향을 찾으면서 무라카미에서는 일본에서 연어를 지칭하는 ‘사케’라 부르지 않고 지역 사투리로 ‘이요보야’라 지칭한다고 한다. 일본어로 이요도 물고기, 보야도 물고기로 해석되기 때문에 무라카미의 물고기는 연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무라카미 주민들은 풍성한 연어만큼 다양한 연어 요리와 제품에 일찍부터 눈을 떴다. 큰 연어 한 마리로 수백 가지의 요리를 만들어 낼 정도다. 생연어는 기본이고 간장과 조미를 한 연어부터 건포처럼 말린 연어, 밥에 뿌려 먹거나 비벼 먹을 수 있는 가공제품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 중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무라카미의 ‘사카비타시’라 불리는 제품이다. 염장으로 건조한 연어 살을 얇게 썰어 만든 사카비타시는 일본 전통 술인 사케를 살짝 뿌리면 부드러워지는데, 술안주로 이만한 것이 없을 정도로 일본에서 대중화된 가공제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명태를 말려 만든 북어포와 비슷했지만, 단백질이 많아 육포에 가까웠다.
무라카미에는 이처럼 연어를 재료로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곳이 수 십 곳이다. 그 중에서도 14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깃카와다. 무라카미 중심에 위치한 이곳은 390년 간 대를 이어 운영하는 가게로, 140년 전부터 지금의 상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깃카와의 주인장으로 60년째 명품 사카비타시를 만들고 있는 연어장인 뎃쇼 씨는 “사카비타시는 무라카미 안에서만 생산되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특출한 명품에 속한다”며 “사람과 술도 오래되면 좋다는 속담처럼 오래 잘 말린 연어가 가장 좋은 사카비타시를 만들어낸다”고 귀띔했다. 집집마다 사카비타시를 만들기 위해 처마 밑에 말린 연어를 걸어 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명태가 많이 나던 때의 모습과 흡사하다.
무라카미의 연어는 양양남대천으로 오르는 첨연어와 똑같은 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맛이 없다는 이유로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지만, 무라카미는 전통방식에 의한 장인정신으로 다양한 연어제품을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연어박물관 ‘이요보야회관’ 운영
무라카미시는 연어의 성지답게 1987년 일본 최초의 연어박물관인 ‘이요보야 회관’을 건립해 관광마케팅에 들어갔다.
이요보야회관은 연어의 생태부터 인공부화 과정과 전통방식의 연어잡이 등 다양한 테마로 연어와 환경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매년 평균 1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이요보야회관은 특히, 세계 최초의 인공부화장으로 기록된 타네가와천을 지하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설계돼 현장감을 더했고 주변을 아우르는 연어공원까지 조성했다. 회관 입구를 지나 연어의 다양한 종류와 생태를 관람하고 인공부화 체험장에 들러 채란과 부화과정을 관찰한 뒤, 연어생태 및 손질 체험도장을 지나면 지하 관찰실이 나타나는데 바로 이곳이 이요보야회관의 핵심이다. 올해 부화한 어린연어를 자연상태에서 관찰할 수 있는 인공수족관을 지나면, 타네가와천을 지하에서 직접 볼 수 있도록 설계한 연어생태 관찰실에 이른다. 무라카미시가 1999년 증축을 통해 니이가타현과 공동으로 조성한 이 곳은 연어가 하천으로 오르는 장면부터 산란하는 모습까지 모든 과정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140년 장인정신으로 만들어내는 무라카미의 이요보야 연어들.
양양 남대천과 흡사한 미오모테천이 오랜 세월 연어를 키워내고 있다.
무라카미에서 만들어낸 연어제품은 일본 최고의 특산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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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인터뷰 / 진덕희 강릉원주대 교수
“가능한 사업부터…연어산업화 기초 다져야”
진덕희 교수는 “무라카미의 연어산업화는 오랜 시간을 두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다져진 노력의 산물이다”며 “연어 자원 보호와 어획, 제품 생산 및 판매, 이요보야회관 운영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리며 가고 있기 때문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진 교수는 “무라카미는 일찍이 연어에 대해 눈을 떴기 때문에 산업화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었다”며 “양양남대천 연어도 정확한 목적성을 갖고 연어산업화의 전략을 짠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나라 연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장 지금부터 추진이 가능한 사업을 선별해 지역실정과 예산에 맞게 시작하면서 기초를 다져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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