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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유일한 꿈은 ‘굼벵이’ 뿐입니다”
간성 ‘금강 굼벵이 농장’ 최경희 대표 / 3년 전 시작…한 해 2백kg 이상 생산
등록날짜 [ 2019년10월07일 10시05분 ]

굼벵이라 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징그러운 벌레일 것이다. 그 징그러운 벌레를 먹는다는 것은 아무리 비위 좋은 사람이라도 쉽게 도전하기 힘든 일이다. 과거에 초가지붕 속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흰점박이꽃무지(이후 굼벵이)가 건강식품으로 팔리고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의아한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굼벵이가 단백질 함량이 아주 높고 아미노산과 필수 불포화지방산, 미네랄이 풍부해 일반 식생활에서 부족한 영양성분을 보충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그 징그러운 벌레가 영양 가득한 식품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사업실패 후 맨몸으로 귀향
금강 굼벵이 농장은 3년 전 고성군 간성읍 동호길에 터를 마련했다. 고성이 고향인 최경희(67, 사진) 대표는 거의 맨몸으로 고향을 찾았다.
한때 변압기를 만드는 탄탄한 중소기업 대표였던 그의 인생이 거꾸러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하고, 살던 집도, 타던 차도 다 압류로 넘어가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되었고, 최 대표는 식당 주차장에서 주차요원으로 일하며 겨우 끼니를 이어갈 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다. 모든 것을 잃고 나니 떠오르는 생각은 고향뿐이었단다.
“그래, 고향으로 가자, 거기에 무슨 길이 있지 않겠나. 몸이 부서져라 일하면 목구멍에 풀칠은 하겠지.” 그렇게 막연하게 내려온 고향에서 만난 것이 굼벵이었다.
우연히 아는 지인의 소개로 타 지역에 있는 굼벵이 농장을 구경삼아 가보았다. 시설이란곤 사육장, 건조장 정도, 그리고 굼뱅이 크기가 작고 한데 모아 기를 수 있어 그리 큰 공간이 필요치 않다는 점이 일단 마음에 들었다. 특히나 굼벵이는 1kg 20만원 정도의 값을 받을 수 있는 고소득 식자재라는 점이 무엇보다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굼벵이와의 인연, 최 대표에겐 남은 인생을 건 마지막도전이었다.

지인이 빌려준 창고서 사육 시작
초라한 귀향길, 그래도 고향 사람들의 인심은 넉넉했다. 고성에서 지내며 알게 된 사람에게 굼벵이 농장을 운영하고 싶은데, 가진 돈이 없어 사육시설을 만들 여력이 안 된다는 고민을 털어내니 바로 그 자리에서 그냥 빈 채로 놀리고 있는 창고가 있는데 거기를 쓰면 어떻겠냐는 묻는 것이 아닌가. 더욱이 보증금이나 임대료도 당장 줄 필요 없고, 나중에 돈 벌면 그때 내라는 이야기에 최 대표는 이래서 고향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단다.
그렇게 고향 지인이 빌려준 창고 안에, 군 지원금 1500만원을 받아 사육시설(항상 25℃ 유지)과 건조장을 마련하고, 전 재산을 털어 굼벵이 유충을 분양받아 기르기 시작했다.
보통 굼벵이는 5mm정도 크기를 일령, 3cm정도 크기를 이령, 5cm정도 크기를 삼령이라 부르고, 이후 누렇게 색이 변하면 종령이라 하여 성충으로 본다. 성충이 되어 마지막 탈피를 하면 풍뎅이가 되는데,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보통 4개월 정도라고 한다.
최 대표의 30평 정도 크기의 사육실에는 령별로 구분되어 굼벵이가 자라고 있다. 한쪽에는 풍뎅이들의 교미를 통해 알을 받아내는 채집실이 있는데 보통 암컷 1마리가 80∼120개의 알을 낳는다. 또 채반에 받혀져 있는 굼벵이는 3일 정도 채변이 되어 깨끗한 상태가 되면 바로 가공업체에 납품하게 된다.
금강 굼벵이 농장에선 생굼벵이와 건조 굼벵이 두 가지를 생산해 판매 중이다. 주 고객은 일반 소비자보다는 약재로 쓰기 위해, 아니면 기능성 건강식품을 만드는 가공업체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순탄한 여정은 아니었다. 첫해엔 굼벵이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흑갈색병이 퍼져 많은 양의 굼벵이를 잃기도 했다. 첫해 쓰디쓴 고배를 마신 경험을 바탕으로 굼벵이의 사료부터(사료는 주로 톱밥에 미강, 콩비지, 과일 껍질 등을 말려 분쇄해서 사용), 사육실 온도, 굵고 실한 굼벵이 성충을 만드는 방법을 찾기까지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했다.

질 높은 미래식량으로 거듭나길 희망
현재 식용으로 먹을 수 있는 곤충은 7가지 정도다. 갈색거저리 유충, 벼메뚜기, 누에번데기, 백강잠, 장수풍뎅이 유충, 쌍별 귀뚜라미, 그리고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등이다.
최 대표는 최근 다른 식용곤충에도 관심을 갖고 종류를 늘여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시작단계지만 올해부터는 주문량이 늘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지 않을까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다. 
“중국에는 식용곤충만 파는 먹거리 골목도 있다는데, 우리나라도 식용곤충들이 언젠가는 질 높은 미래식량으로 인정받는 날이 오길 기대해요. 수익이 생기면 가장 먼저 임대료부터 챙겨드리고, 열심히 돈을 모아 아내와 내 고향 고성에서 함께 사는 것이 꿈입니다.”
여전히 삶은 곤궁했다. 아내가 보내준 마른반찬 몇 가지를 놓고 대충 끼니를 때우고, 편한 잠자리도 없었다. 그래도 행복하단다. 인생의 마지막 도전에 성공이랑 마침표를 찍겠다는 꿈이 있으니.                           김미영 기자
금강 굼벵이농장 최경희 대표가 굼벵이를 손으로 감싸 쥐고 있다.
가까이에서 본 굼벵이의 모습.
 

김미영 (nurugo@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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