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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영랑호의 잔상
- 영랑호 똥꼬는 평안하신지요! -
등록날짜 [ 2019년08월12일 11시21분 ]
영랑호의 처음 기억은 열 살 무렵 보광사에서 사생대회가 있어 참여 한 때이다. 당시의 기억에도 그곳은 달력 그림의 경복궁 경회루인줄 알았던 멋진 곳으로 남아 있음은, 산골 태생의 아이에게는 처음 본 보광사와 주변 호수의 풍경이 큰 경외감으로 다가왔음이리라.
멋진 호수의 맞은편으로 건너다닐 수 있는 줄 배가 있었고, 유원지 특유의 많은 향락객들로 붐비었고, 골프장이 있고 스피커의 노래가 종일 들렸던 활기찬 모습의 유원지로 단편적이나마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몇 년 후 속초로 이주해 살면서, 지근거리에 있었던 보광사 입구 암반터는 동네 또래 친구들과 지렁이 몇 마리 잡아들고 가는 똥꼬 낚시터였다. 낚시 바늘에 지렁이 살점 조금 꾀어 물속에 담구고 물고기 입 주변을 살살 놀래주면 덥석 무는 그 재미가 낚시의 묘미였다. 당시 친구들이 똥꼬라 불렀기에, 듣기엔 어딘가 상스럽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런 줄 알고만 있던 중 어류도감을 찾아보고 그것을 ‘검정갯망둥어’로 오류를 바로잡게 되었다.
영랑호 개발 전 지금의 영랑초등학교 뒤 호숫가 너른 모래사장에는 한 채의 판잣집과 파란색 칠의 전마선이 누어져있던 모습이, 먼 이국의 풍경 같아 뇌리에 남아 있으며, 지금도 그 풍경을 떠올려 보면, 한 폭의 멎진 풍경화요, 좋은 포토존이요, 훌륭한 관광 명소가 되었으리라.
호수 사방 주변으로는 완만한 경사의 모래사장이 이어져 있어, 바람이 불면 바람에 인 파도물결이 모래사장에 잦아들며 내는 소리가, 그 영랑호의 숨소리인 듯 아직도 귓가에 남아있다. 바람에 인 호수의 불순물인 포말이 굴러가며 멀리 날아가는 모습도.
가끔은 친구들과 어울려 길도 없는 영랑호를 멀리 돌아 물고기도 잡고 하였으니, 속초에서의 삶은 영랑호에서의 추억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부터 시작된 동방원양의 영랑호 개발로 지금 리조트골프장이 있던 자리의 논에서 기르던 비단잉어와 보광사 앞 호안을 그물로 가로막아 기르던 비단잉어도 등하굣길에 볼만한 눈요기를 주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동방원양의 투자 개발로, 유원지에 아름다운 조경과, 작으나마 동물원 등 시민들에게는 볼거리를 주었으니, 영랑호 개발의 기대감이 컸으며, 그 후 리조트와 골프장이 들어서며 영랑호 둘레길도 만들어 지고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쉽게 영랑호를 찾고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본격적인 관광 속초개발의 시발점이었으리라.
올 봄 영랑호에 대한 잔상을 글로 적어 보려던 차, 고성군 원암리에서 시작된 산불로 영랑호도 심한 피해를 입었으니, 그래도 정 붙여 살았던 곳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커 화재 피해 현장을 둘러보았다. 이제 본격적인 복구공사가 시작되어, 조속히 그 전의 아름다운 호수 본디의 풍경으로, 다시 시민의 사랑을 받기를 간절히 소망하기에 하릴없는 개인의 참견질을 덧붙여 본다.
영랑호 순환도로는 호숫가의 모래사장을 흙으로 매립하여 길을 내었기에 호수의 수면적도 줄었으며, 지금은 호수 사방 어디에도 모래사장이 남아있지 않아 호수로서의 자연정화 능력을 잃게 되었다. 더불어 비단잉어 등 외래 어자원의 증식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수초를 제거하기 위해 백연어(초어)를 이식하였다는 이야기도 들렸으니.
도로를 개설한 것은 호수의 자연정화 기능을 파괴한,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결과적으로 콩팥을 제거한 일이요, 백연어를 이식하였다 함은 허파의 꽈리를 제거한 일이라 비견되어진다. 그 후 영랑호에 녹조가 들고 수질환경이 안 좋아지자 궁여지책인지 영랑호 배수로를 바다에 접 개설하여 수시로 바닷물이 쉽게 드나들게 하였음은 인간으로 치면 소화불량이 걸렸다고 위장에 호수를 삽입하여 단순배설을 돕고자 하는 일과 같다 여겨진다.
석호로서의 자연기능이 살아 있을 땐 기수역 부분이 하류에만 형성되어 있는 등 모든 영랑호의 생명체들이 자연에 적응되어 나름의 생태계를 유지 보존하였으나 근래에 들어 장천천 하류에 모여들어 장관을 이루는 물고기 떼들은 실상은 높아진 호수의 염분을 피해 그나마 민물 유입구인 장천천 하류에 모여 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5천여 년 전 모래톱이 쌓이면서 바다와 분리되어 자연 형성된 동해안 석호 중 하나인 자연호수 영랑호가 본격 개발이 시작된 지 불과 50여 년이 흐른 지금 시점에서 보면, 사지는 다 짓뭉개지고 매몰되어 호수에서 못으로 격하되어 버린 형국이다.
거기에 더해 콩팥도, 허파도, 인간의 관광개발이란 명분하에 철저히 변형, 제거되었기에, 그나마 생태환경 파괴에 대한 보완책으로 생태환경습지공원을 조성한 일은 코끼리 비스킷 같은 미봉책이라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심히 가소로운 일이라 여겨질 터이다.
자연도 하나의 존중 받아야 할 가치의 생명 복합체라는 의식으로, 우리가 그래도 인간이기에 생각하면서 보완하면서 개발하자는 뜻으로 적어본다. 영랑호 자연 식생의 변화에 대하여 자세한 자료를 접할 수 없어 지금은 상황을 어림짐작할 수밖에 없지만 개발초기에 철제 휀스가 설치되어, 40여 년 이상 접근을 막고 있는 보광사 입구 곶부리 암반터에 터 붙이고 살던 영랑호 그 똥꼬는 오늘도 평안하게 그 터를 지키고 있는지 궁굼하여 넋두리를 남겨본다.
정재욱
신용보증기금 남해인재개발원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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