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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 산티아고 길노래
등록날짜 [ 2019년07월29일 14시38분 ]
집안 책장에는 오래 전 대학을 졸업할 때 받았던, 대학 총학생회 명의의 작은 기념품이 여전히 놓여있다. 작은 직육면체의 회색 대리석의 졸업 기념품에는 ‘루쉰’의 격언이 쓰여 있었다.
 “희망이란… 땅위의 길과 같다. 본래 땅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졸업 후에도 여전히 불투명했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을 때, 그 격언은 정말 큰 힘이 되었었다.
우리는 생각해보면 천인천색 만인만색의 각자 다양한 저마다의 길들을 걷고 있다. 또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던 누군가는 어느 순간 나와 어긋나 다른 길을 걷고 있기도 하고,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누군가와는 어느 순간 같은 길을 걷고 있기도 함을 새삼 느낄 때가 있다. 혹은 자신이 원하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돌아보면 전혀 엉뚱한 다른 길에서 방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다.
필자가 대학에 입학했을 당시에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진로에 대한 정보도 너무 부족했고, 학력고사 점수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다 보니 필자도 그런 부류의 학생들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또 하필이면 우리 학과에는 그런 부류의 학생들이 유난히 많았었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져 전공 분야로 진출하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그 당시에는 자신의 전공을 찾아 직업을 선택한 경우는 졸업생 중 절반이 채 되지 않았었다.
우리 학과를 졸업한 많은 이들이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길을 걷기도 했는데, 이제는 전국적인 지명도를 지닌 이들도 꽤 있다. 정치계로, 언론계로, 금융계로, 학계로, 그리고 연예계로 진출한 그들은 이제는 중량감 있는 인사로 TV나 포털 사이트에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그렇게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길을 걷고 있는 여러 졸업생들 중, 대학시절 꽤 친했던 선배 한명이 얼마 전 책을 냈다며 책 한권을 보내왔다. <산티아고 길노래>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필자의 1년 선배였던 그는 기타도 잘 치고 작곡도 잘하던 다재다능한 이였다. 글까지 잘 쓰는 줄은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그가 책을 쓰게 된 모티브가 된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은 스페인어로 길이라는 뜻의 ‘Camino’와 예수의 열두제자 중 한명인 성야고보의 스페인 식 이름인 ‘Santiago’의 합성어이다. 즉 ‘성야고보의 길’이라는 뜻으로 그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걸었던 길이라는 뜻이다. 이후 여러 우여곡절 끝에 성 야고보의 유해가 묻힌 곳으로 인정되고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가톨릭의 3대 성지로 선포된 곳이기도 하다. 1987년 ‘파울루 코엘류’가 <순례자>를 출간하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1993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이르렀다. 이제 ‘산티아고 순례길’은 국내에서도 여러 매스컴과 여행 플랫폼에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버킷리스트로 꼽을 만큼 유명해졌다. 또한 ‘지리산 둘레길’, ‘남해 지겟길’, ‘물래길’ 등 수많은 아류를 탄생시킬 만큼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 ‘제주 올레길’의 표본이기도 했다.
 길이란 결국 처음 걷는 누군가가 있고 그 족적을 따르는 또 다른 누군가들이 있어 길이 되는 게 아닌가? 정해진 삶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그 선배. 길의 의미를 새기며 세계 여러 곳에서 온 수많은 타인들과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게 되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경험과 소회를 적은 그의 책이 내겐 참 잘 스며들었다. 책을 덮으니 어느 작은 알베르게에서 처음 보는 외국인들과 어울려 기타를 연주하며 대화하고 있는 선배의 기타 선율이 희미하게 들리는 듯하다.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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