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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까지 불이 오는데 소들을 놔두고 갈 수 있어야지”
지난 7일 간성읍 교동리 우시장 탐방기 / 화마 이겨낸 47두 나와…대부분 송아지
등록날짜 [ 2019년04월15일 15시10분 ]

지난 7일 이른 아침에 찾은 고성군 간성읍 교동리 우시장은 소들의 우렁찬 음머~ 소리와 함께 개장됐다.
매월 7일은 고성지역 소들이 거래되는 소규모 우시장이 열리는 날이다. 하루 평균 50여마리씩 거래된다.
오전 8시부터 경매를 위해 차량에 탄 송아지들이 한 두 마리씩 우시장으로 들어왔다.
처음 등장한 소는 소똥령 마을에서 온 7개월 된 수소로 화가 잔뜩 나 있었다. 트럭에서 내릴 때부터 엉덩이를 빼고 ‘음머음머’ 소리를 지르고 뿔은 빠져 피가 줄줄 흘렀다.
함께 온 주인아주머니는 연신 “원래는 순한 앤데 왜 그런지 모르겠네”라며 애처로워했다. 뿔이 빠져 혹시나 제값을 못 받을까 걱정이 돼서인지, 7개월 동안 직접 쑨 소죽을 먹여가며 애완견처럼 키운 정이 아쉬워서인지 주인 아주머니는 많이 속상한 눈치다.

매도인이 응찰표에 원하는 가격 써
오전 9시. 이날 거래하기로 한 소 47마리가 거의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이 6~9개월 된 송아지로 16마리는 암소, 31마리는 수소다.
파일을 들고 한 마리 한 마리 유심히 살피는 매수인에게 좋은 소 고르는 비결은 묻자 “사람도 인물이 중요하잖아요. 소도 인물이 중요하죠. 이놈이 얼마나 크게 잘 자랄 수 있을지 발육상태와 골격을 먼저 보죠”라고 했다.
아기를 앞에 안고 온 여성도 있다. “우시장은 처음이에요. 시아버지가 송아지를 팔러 가신데서 남편과 따라왔어요.” 그는 신기한 듯 우시장 이곳저곳을 구경한다.
시아버지 황영준(80) 씨는 신평 1리에서 7개월 된 수송아지를 팔러왔다. “지난해에는 7개월 된 놈을 400만원에 팔았는데 올해는 어쩔지 모르겠네. 나야 많이 받으면 좋지.” 마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오전 10시. 경매를 준비하는 방송이 나온다.
방송을 들어서인지 수소 한마리가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다. 옆에 묶인 소를 생기다만 뿔로 들이 받고 발을 구르고, 음메음메 소리를 지른다. 장정 다섯이 줄을 당기고 붙들어 매 겨우 진정을 시켰다.
난동부린 소 때문에 경매는 10시 20분부터 시작됐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매도인이 송아지 앞 응찰표에 원하는 가격을 쓰고 그 가격을 보고 매수인이 입찰가를 표시한다.
입찰가 표시 전 잠깐 짬이 나자 모두들 지난 4일 발생한 산불에 대한 자신의 무용담, 주변지인의 경험담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토성면 인흥리에서 소 80두를 사육하고 있는 최종화(63) 씨는 지난 산불에 집 근처가 전부 불에 탔다고 한다.
“집 근처까지 불이 오는데 소들을 놔두고 갈수가 있어야지. 밤새 한숨도 못자고 축사에 계속 물을 뿌려 우리 집은 무사했어.” 지난 화재로 불에 그슬린 머리카락을 보여주며 활짝 웃는다.

8월부터 전자경매시스템 도입
오전 11시. 드디어 입찰가가 발표된다.
지난 산불 힘겹게 송아지를 지켜낸 최 씨네 송아지가 ‘경합’이라고 방송이 나오자 “와~”하고 환호가 터진다.
주인의 노고를 알아선지 이번 경매에 응찰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매가 결정될 모양이다.
맨 먼저 뿔이 빠져 등장한 소똥령 송아지도 응찰가 340만원보다 20만원 많은 350만원에 낙찰돼 주인아주머니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번 달 우시장은 동호리 황철순 씨네 소가 437만원으로 최고가를 받았다. 경매에 나온 총 47마리 중 1마리가 유찰되고 1마리가 거래불발이 됐지만, 96%의 매매 성공률을 보이며 파장했다.
한편, 우시장 수기경매방식은 오는 7월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윤형길 고성축협 조합장은 이달 전자경매시스템 착공식을 갖고 오는 7월 준공해 8월 열리는 우시장부터 도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 조합장은 “전자경매시스템 도입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보호하고 지역한우농가들의 안정적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우지현 기자 orrola@hanmail.net
지난 7일, 간성읍 교동리에서 우시장이 열렸다.
경매에 나온 아주머니가 정성들여 키운 송아지를 아쉬운 듯 쓰다듬고 있다.
 

우지현 (orrola@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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