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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 ‘대충 살자’의 패러독스
등록날짜 [ 2019년03월18일 16시35분 ]
우리 나이또래는 TV시청 프로그램이 정해져 있다. 뉴스와 다큐멘터리 그리고 고향프로그램이 전부일 것이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필자는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거의 빠짐없이 본다. 젊은이들의 언어와 몸짓을 통해 세상을 읽고 세상의 변화추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다. 그래야 점점 벌어지는 새내기 대학생들과 나이 차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나이야 어쩔 수 없지만 정서적 나이는 얼마든지 좁혀갈 수 있지 않은가. 소통의 간극도 줄이고, 따라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알아듣고 이해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다.
개콘의 오프닝은 ‘봉숭아 학당’이다. 여러 단편으로 구성된 ‘봉숭아 학당’에 최근 ‘대충 살자’코너가 떠오르고 있다. 쉬운 가락으로 “길을 비켜, 길을 비켜, 봉숭아 주인공이 나왔다이~야이야~”고 노래하며 등장한다. 그러나 호기어린 등장과는 반대로 연속해서 “무엇 한다고 무엇 되는 것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대충 살자!”를 연발한다. 부정어투 “아니잖아요”는 배를 내밀고 몸을 뒤로 한껏 저치며 강조한다. 이때 관객들도 중독성 있게 따라하며 폭소한다.
이것은 역설이다. ‘해도 안 되니 열심히 할 필요 없다’는 의미의 자조적 패러독스이다. 최선을 다하고 땀 흘리고 발버둥 쳐도 헛일이라는 뜻이다. “스타가 될 것도”, “전문가 될 것도”, “부자가 될 것도” 아니니 “대충 살자”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열심히 하느냐 비아냥거리는 것이다. 연애, 결혼, 출산, 취업,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삼포세대’, ‘사포세대’, ‘오포세대’라는 분노의 표출이다. 그런 외침이 관객과 시청자로부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요즘 SNS에서도 “대충 살자”시리즈가 유행하고 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책이 젊은이들의 베스트셀러다. 차라리 무의미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겠다는 ‘무민세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신조어 ‘소확행’을 어른세대만 모른다. 플러스 삶이 아니라 마이너스 삶을 통해 지향점을 바꾸는 일종의 반전이다. 경쟁사회 불안한 미래와 외로움에 떠는 유약한 청춘을 위로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옛날이야기이다. 그러면서도 삶은 현실이라 땀 대신 은근히 요행수를 바란다. 그래서 지난 해 복권판매가 사상 신기록을 세웠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은 옛말이다. 세계 11위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다포 세대’ 열병에 누워있는 것은 정책실패의 책임이고 정치지도자의 무능이다. 우리나라 국민들 모두는 정치를 걱정한다. 국민의 공감대는 정치만 잘하면 금방 선진국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한 증거가 일본이고 미국이다. 일본의 대학졸업자들은 지금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오라는 기업이 너무 많아 고민이다. 미국도 완전고용상태이다.
그에 비해 우리 대학졸업자들은 갈 곳이 없다. 그러던 차에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취업 안 된다고 불평하지 말고 또, 험한 댓글 달지 말고 동남아시아로 가라”고 헛말을 했다가 경질되었다. 그것이 대통령 자녀가 동남아로 이주한 사유인가? 지금이 중동에 건설 붐이 일던 80년대인가? 대학생들이 건설노동자인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그도 교수라니 서글픈 생각이 든다. 지금은 선진국에 가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선진국으로 ‘가출’할 것을 독려한다. 선진국에서도 기술경쟁력이 통하기 때문이다. 마침 올해 졸업생을 한국무역협회 K-MOVE 센터에 입학시켰다. 수료 후 일본의 IT기업에 진출하기 위해서이다.
지난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가 사회적 관심과 반향을 일으켰다. 스스로를 ‘불만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불합리, 부도덕, 부조리에 분노한다고 했다. 공공의 선에 해를 끼치는 파괴적, 부정적 욕망을 이루는 행복을 거부했다. 그래서 분노가 소명이 되었고. 이것이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요인이라 했다. 분노의 표출이라고 했다. 우리사회 거짓과 위선에 대한 분노이다. 제발 정치 제대로 바르게 했으면 바란다.
최철재
경동대 교수·이학박사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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