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군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새해 들어 법원의 잇단 승소로 탄력을 받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환경부장관을 상대로 낸 ‘국립공원 계획 변경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각하하는 등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번 1심 판결에서 지난 3년간 쟁점이 된 백두대간보호법을 적용받는 핵심구역에 놓일 케이블카를 반드시 필요한 공공시설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최소한의 공원시설로서 설치가 가능하다는 환경부의 주장을 수용했다. 이는 양양군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환경부에 제출한 당초 국립공원계획변경이 적법했다는 판시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강원행동·설악산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원회 등 3개 단체는 지난 2015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을 조건부 승인하고 국립공원 계획 변경 내용을 고시하자,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양양군 관계자는 “문화재청의 적법 판결에 이어 행정법원에서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의 적법성을 다시 한 번 인정한 만큼,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친환경 케이블카 설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성용 부장판사)는 산양 28마리를 대신해 환경·시민단체가 문화재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지정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이를 각하한 바 있다. 각하란 소송이 적법하게 제기되지 않았거나 청구 내용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인데, 재판부는 산양을 대리한 소송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환경단체는 문화재청이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만들 수 있도록 문화재 현상변경을 허가하자, 설악산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인 산양이 소음·진동 등으로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며 산양을 원고로 삼아 소송을 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 국내에서는 지난 2004년 천성산 터널 착공과 관련해 환경단체 등이 ‘도롱뇽’을 당사자로 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도 자연물이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이 없다고 봐 각하하는 등 동물을 원고로 한 대리소송 자체가 받아들여진 적이 없었다.
이처럼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을 놓고 법원이 환경부의 손을 들어주자, 양양군과 군민들은 환영하는 반면, 잇단 소송에서 패소한 환경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양양지역 주민들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주민들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갈수록 훼손되고 있는 설악산을 케이블카로 다시 살려야 한다는 합리적인 의견을 법원이 현명하게 판결한 것”이라며 “앞으로 친환경 케이블카 조성사업에 더욱 힘을 모아 나가겠다”고 했다.
김기원 양양군 오색삭도추진단장은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에 감사하고, 앞으로 주민들은 물론 환경시민단체들과도 소통을 통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친환경 산악관광 케이블카를 건설해 상생의 결과물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환경시민단체들은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판결”이라며 정확한 판결내용을 확인한 후 대책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양양군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과 관련한 소송에서 잇달아 승소함에 따라 사업추진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군은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본안 완성도를 높여 협의에 주력할 계획인 가운데 환경영향평가 본안이 통과되면 산림청으로부터 산지일시사용허가와 국유림사용허가, 백두대간 개발행위 사전협의 등에 이어,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공원사업시행허가를 거쳐 친환경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진하 양양군수는 “우리군민들이 지난 30년간 절실하게 추진해온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이 법원의 타당한 판결로 다시 재추진의 동력을 확보한 만큼,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친환경 케이블카 건설에 모든 행정력을 쏟아 부어 상생의 전환점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색케이블카는 양양 서면 오색~끝청 인근 3.5km를 왕복하는 1선식 자동순환형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