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설악산국립공원과 동해바다로 유명한 전국적인 관광지 속초!
역사적으로는 ≪세종실록지리지≫에 태종 때 설치한 동해안의 수군 6포(六浦) 가운데 속초포(束草浦)에 배가 3척, 군사가 210명이라는 기록만 있을 뿐,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양양군 소천면[후에 도문면(道門面)과 소천면(所川面)이 합쳐져 도천면(道川面)이 됨] 속초리였던 한 동네가 일제강점기시절(1934~1936년경) 속초항을 어업항으로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하면서부터 속초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여 1942년 속초읍이 되었고, 양양군의 북쪽 일부와 고성군의 남쪽 일부를 합쳐서 1963년 시(市)로 승격된 곳이다.
그 옛날 속초의 중심지였던 이 곳! 속초시 동명동 365-15번지에 위치한 작은 언덕. 이곳에서 동쪽을 바라다보면 탁 트인 동해바다와 덕산봉수(德山烽燧)가 위치한 외옹치(外甕峙), 양양 낙산사(洛山寺) 해수관음상까지 훤히 보이고, 설악산과 울산바위, 달마봉까지 훤히 볼 수 있는 곳이다.
지난 2012년 7월, 속초시 동명동 365-13번지(동명동 구, 오성식당 뒤쪽 야산) 일대에서 고려시대 만들어져 사용되던 토성(이하 속초성)이 발견되었다.
이곳에 대해 일제강점기시절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한 『조선보물고적조사자료(朝鮮寶物古蹟調査資料), 1942년 발간, 이하 조사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번 호 : 24
종 별 : 성지(城址)
장 소 : 도천면(道川面) 속초리(束草里)
소 유 : 사유
‘성지(城址) 도천면(道川面) 속초리(束草里). 사유지. 속초리 부락의 서쪽방향으로 근접한 작은 언덕 위에 있다. 주위 약 삼백 칸이며, 흙으로 쌓았다. 거의 완전하다. < 城址 道川面束草里 私有 束草里部落ノ 西方ニ 近接セル 小丘上ニアリ 周圍約三百間土築, 稍完全 >’
■속초리성지 개요
『조사자료』에서 기술한 지역은 현재의 속초시 동명동 365-15번지 일원(일명 단천마을)으로 수복탑 3거리 오성식당 뒤쪽 산기슭에서 시작하여 속초감리교회~속초지원과 속초검찰청을 휘돌아 KBS 속초방송국과 구 속초성결교회(지금의 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까지 연결되는 해발 20~40미터 정도의 구릉으로 둘러싸인 해안가에 바로 인접해 있는 지역이다.
속초성을 기준으로 동북쪽으로는 비선대(秘仙臺, 지금의 영금정)가 있고, 남동쪽 4km지점에 조선 초까지 사용되던 대포동 덕산봉수(德山烽燧)가 있고, 남쪽 1.5km지점에는 고려수군만호지(高麗水軍萬戶址)지가 있었던 청초호(靑草湖, 일명 雙成湖, 雙城湖)가 있으며, 북서쪽 1.5km 지점에는 신라 화랑(花郞) 영랑(永郞)이 수려한 자연환경에 반해 한동안 머물다 간 것으로 유명한 영랑호(永郞湖)가 있고, 서쪽 10km지점에는 미시파령(彌時坡嶺, 지금의 미시령)과 원암역(元巖驛) 터가 위치해 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당시에도 속초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경방단(警防團)이 설치되어 미군의 비행기 공격 감시, 속초지역의 화재·재난을 감시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현산지(峴山誌)≫에 의하면 조선 영조 때 속초리의 인구는 86호 272명(양양도호부 전체 호구는 2,243호 8,485명)으로 양양도호부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동네였다. 해안 쪽의 마을은 그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지만, 이곳 장안마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가장 최근 시기는 한국전쟁이후부터라고 한다.
그 당시 이 지역은 대나무와 갈대가 무성하였으며, 최초 입주민들이 집을 짓기 위해 땅을 파기만 하면 기와편과 토기편들이 무수히 나와 옆 산등성[‘치(雉)’로 여겨지는 부분, 사진 2의 해안가쪽의 화살표 3개 있는 부분]에 갖다 버렸으며, 일제강점기 시절까지만 해도 주변에 사는 아낙네들이 제사를 지내고 나면 이곳 우물터에 와서 기와를 갈아 제기를 닦기도 하였다고 한다.
한편, 적의 목을 베는 용도로 사용되는 군사용 낫의 일부분이 치(雉)부분에서 발견되었고, 동명동 450-25번지에서는 1953년 입주당시 집터를 파는 과정에서 폭 1m정도의 탄 자리(아궁이 터) 2줄이 길이 3m 정도 곧게 나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대형 관사나 많은 수의 인원(또는 병사) 들이 상주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동명동 450-24번지에서는 올해 7월 정화조를 설치하기 위해 땅을 2m정도 팠었는데, 건물의 기둥을 받치는 파임흔적 5cm정도의 전돌 파편(길이 40cm정도)과 조선시대로 추정되는 암회색 경질의 수키와와 백자편 등이 발견되었으며, 치(雉)로 추정되는 구릉지에서는 천경3년(天慶三年), 계사사월일(癸巳四月日), 양개□(良玠□), 관사(官舍), 변관(邊官), 연관(沿官)등의 명문기와와 연화문, 어골문, 사격자문, 연화문+어골문, 사격자문+어골문의 복합문양의 기와 등이 발견되었고, 지명(地名) 또는 성명(城名)으로 추정할 수 있는 명문기와가 다량 발견되었다.
이 지역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곳을 장안마을(일명 장골)이라 부른다. 장안(長安)이란 한나라의 수도를 일컫는 말이다. 적어도 삼국시대~신라통일기를 거치는 동안 일시적이나마 우리가 위치를 비정 할 수 없었던 한 주(州)·군(郡)·현(縣)의 치소성(治所城)의 기능을 수행하였을 가능성이 있거나, 이 지역에 출토된 관(官)자 명문기와로 보아, 중앙(中央)에서 파견된 관리(官吏)가 다스리거나 지방의 관리들이 거주하던 곳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지역이 국경(國境)지역이었다는 문헌자료는 현재 밝혀진 바 없으나, 강원도 간성군(杆城郡, 지금의 남쪽 고성군)인 군지(郡誌)인 수성지(守城誌)의 산(山)조에 의하면, 천후산(天吼山, 지금의 울산바위) 밑 미시령 인근(속초성 서쪽 10km지점)에 방수(防守, 경계지역을 방어하는 부대)가 있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이 지역이 삼국시대 또는 남북국 시대 등 국가간의 전쟁기간 중 일시적이나 오랫동안 양 전쟁국가간의 치열한 국경자리였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고성군 지명 유래지』에 소개된 고성군 죽왕면 문암리(속초성 북쪽 10km지점)의 전설을 보면 ‘삼국시대에 신라유민들이 이곳에 들어와 어업과 농업을 겸업으로 하고 살고 있었으나, 고구려의 영토확장으로 고구려 군사들이 신라 땅인 이 마을을 침략하였다’고 하여 미시령 인근의 방수(防守)와 더불어 이 지역이 고구려와 신라의 치열한 격전지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속초시 설악동 설악산국립공원지역에서는 1968년 4월 3일 고 박공달(1954년 속초소방대장 역임)씨에 의해 발견된 통일신라시대의 철모(투창의 앞부분) 4점이 발견되어 설악산을 포함한 이지역이 옛날부터 군사상의 요충지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전 현대극단 단원이셨던 『내 고향 속초』의 작가 김정우도 장골, 장안마을이라 불리던 이 마을에 대한 지역 어르신들이 전하는 이야기, 자신의 어렸을 때 노닐던 기억, 성인이 되고나서 이 지역에 대한 경험, 토성 성벽과 4대문, 각종 기와에 얽힌 이야기를 토대로 이곳이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성지(城址)였음을 피력하였다.
<계속>
정상철
속초문화원 부설
속초시향토사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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