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에 의해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분쟁조정은 강원도가 당사자의 신청으로 조정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신청이 없어도 직권으로 조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원도는 속초시가 양양군과 협의해서 추진하라고 한다. 하지만, 속초시 해당부서는 양양군이 협의해 주지 않을 것 같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2년여 전 완공된, 동해고속도로 북양양나들목에서 국도대체우회도로인 떡밭재 도로를 직선화로 연결하는 숙원사업이다.
민선7기와 제8대 속초시의회가 시작된 지 100일이 넘게 지났다. 서울과 양양을 잇는 ‘서울양양고속도로’와 삼척에서 속초를 잇는 ‘동해고속도로’ 완공이 이제 2년이 다 되어 간다.
고속도로 완공 이전, 서울에서 양양까지의 운행시간이 140분에서 90분으로 단축되고, 수도권에서 동해안을 1시간대 생활권으로 좁히는 신 실크로드로서 명실상부 국내 최대 규모의 동서축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조금도 틀린 것이 없을 만큼 이용객이 늘고 있다. 삼척과 속초의 동해고속도로 역시 동해안의 물류이동과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 또한 확인되고 있다.
2년 전 필자가 고속도로 개통이 되기 전, 이러한 호재 속에 속초시의 준비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지적하면서 북양양나들목에서 속초 떡밭재도로를 바로 연결하는 교량건설이 시급하다는 민원과 신문기고를 지속적으로 올린 적이 있다. 하지만, 민원과 기고는 한계가 있었다. 직장인의 신분으로 이러한 문제 제기는 가능했지만, 해결에는 역부족임을 느끼게 되었고, 제도권 속으로 들어가 시민들의 불편한 사항을 해소코자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다.
의회 개원 이후 각부서 업무보고와 추가경정예산 심의, 그리고 행정사무감사 등 정신없이 지나왔다.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관련법령을 공부하고, 민생현장을 끝없이 찾아가는 등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의 바쁜 시간이었다.
고속도로 개통 당시 강원도의회 전 의장님과 속초시의회 의장님을 위원장으로 한 추진위원회가 구성될 정도로 연결도로는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물론 많은 사업비가 필요하므로 국비확보 문제가 있었지만, 연결도로의 필요성을 보았을 때, 모두가 함께 협력하면 관철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속초시의회 의원이 되어 이 사업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해당부서를 통해 확인해 보았다. 예를 들어 이 사업이 단계별로 시작이 1이고, 완료가 10이라고 가정을 할 때, 확인결과 아쉽게도 아직 1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유는 연결도로(북양양나들목에서 떡밭재도로 연결교량)구간 700m 중 양양군 소유가 500m, 속초시 소유가 200m, 즉 2개 시군의 경계구간임을 감안하여 시·군관리계획 입안을 위해 양양군수와 사전조율과 협의를 해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 부분이 선행되어야 재원마련 방안 착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해당부서의 설명이었다.
대충 들으면 틀린 게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아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속초시 해당부서는 할 일을 다 하고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해당부서의 반복적인 입장은 단 하나다. 연결도로 개설에 대해 양양군에서는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만약 교량이 건설되면 관광객들이 양양군으로 가지 않고 속초시로 바로 갈 것으로 판단해 시·군관리계획 입안에 반대를 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양양군과 양양군민 전체를 모독하는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사업추진에 대한 좋은 방안을 만들어 양양군의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해 볼 의지도, 설득할 의지도 전혀 없어 보인다.
필자는 해당부서와 정반대의 입장이다. 다시 말해, 이 교량이 건설되면 속초시뿐만 아니고 양양군도 좋아진다는 입장이다. 신설되는 연결도로는 양양에서 속초만 가는 것이 아니고, 속초에서 양양을 가는 길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제8대 속초시의회가 출범하고 처음 열린 본회의에서 5분발언을 통해 ‘글로벌관광도시를 위한 제언’이라는 제목으로 연결도로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얘기한 적이 있다. 당시 연결도로 개설로 인해 속초와 양양 그리고 고성을 찾는 관광객들이 고속도로를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또한 국도와 지방도를 통해서도 쉽게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속도로의 효율성도 높이고, 도로의 분산효과를 통해 3개 시군 이동이 편리하게 되어 교차관광이 활성화 될 수 있다고 주장을 했었다. 그러면서, 설악권 시군들의 발전을 위해 현재 북양양나들목의 명칭도 설악산나들목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연결도로가 생기게 되면, 양양에서 속초, 속초에서 양양을 이동할 때 7번국도(조양동 클래스300~물치구간) 상습 정체구간의 분산효과는 물론, 새로 생긴 양양군의 제방도로(북양양나들목에서 물치회센타)와 신설교량을 연결하면 양양군으로의 접근성이 좋아진다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이해와 설득을 구하지 않고, 반대할 거란 예상에 일을 놓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식경로를 통해 양양군이 반대했다고 가정을 하자. 그러면 이 사업은 영원히 못하는 것인가? 그렇지가 않음을 지방자치법을 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지방자치법 제148조(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분쟁조정)1항에 의하면, ①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상호 간 사무를 처리할 때 의견이 달라 다툼(이하 “분쟁”이라 한다)이 생기면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행정안전부장관이나 시·도지사가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다만, 그 분쟁이 공익을 현저히 저해하여 조속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당사자의 신청이 없어도 직권으로 조정할 수 있다.
그럼 이 사항에 대한 강원도의 입장은 무엇일까라는 궁금점이 생겨 해당부서를 통해 확인해 보았다. 앞서 거론한대로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강원도지사님을 면담하였고, 여러 경로를 통해 연결도로의 필요성을 설명 드려 강원도에서는 이 사항에 대해 충분히 인지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추진위 구성 후, 몇 차례에 걸쳐 속초시와 시의회가 강원도에 건의요청하고 회신 받은 문서를 보면(최종 2017 .04. 25: 도로개설 건의요청에 따른 협의의견 알림), 강원도는 일관되게 도, 시군관리계획은 속초시가 양양군과 긴밀히 협의해서 추진하라는 답변이다. 물론, 강원도의 입장은 일정부분 이해가 간다. 가급적 속초시와 양양군이 서로 필요성을 공감하고, 두 시·군의 협의에 의해 좋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경우라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너무 불편해하신다. 현재 도로대로 유지된다면, 고속도로의 효율성이 너무 떨어진다. 그로 인해, 영동권을 찾아오시는 관광객들과 주민들의 불편함은 물론, 부실한 도로로 인한 사고 위험성까지 항상 노출되어 있다.
속초시와 양양군 모두에게 이로운 연결도로 개설은 강원도에서 법률에 의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지,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불필요한 지역감정을 생기게 하는 것은 강원도로서 올바른 방법이 아닐 것이다.
부탁을 한다. 강원도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강정호
속초시의원
|
